희귀해지는 것들

지나가는 생각들

by Rumi


종로구 내자동에 있는 한정식집에 갔었습니다. 한 끼 값이 물가상승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다는 생각을 가진 지가 꽤 오래되었기에 - 사실 평생을 그래왔지만 -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는 일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랜 그리고 소중한 지인을 만나는 일이라 어쩔 수 없었지요.


소박한 식당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변두리에 살았을 때 매일같이 뛰어놀던 그런 동네에 다시 온 듯한 느낌이었지요. 한옥집들, 벽 밖으로 돌출되어 있는 수도꼭지들과 평범한 색의 호스들,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어지며 엉켜있는 전깃줄들과 변압기 그리고 전기계량기들, 함석재질의 전등 갓, 창을 통해 튀어나온 연통들과 덕트들을 볼 수 있는 그런 골목길에 이 식당이 있었습니다.


20250812_111922.jpg


한 시간 조금 넘게 소중한 사람과 같이 한 시간. 외부음식은 모두 바가지라는 생각에 모임의 성격과는 상관없이 남은 찬반 없이 다 먹어버리는 습관이 있었지만 이번만은 그리 하지 않았습니다. 대화가 소중했고, 같이 함이 중요했기에 음식이나 옆 방에서 들리는 다소 시끄러운 잡담소리도 웬일인지 신경 쓰이지 않더군요.


그는 최근들에 좋은 사람들을 찾기가 어렵다는 말을 했습니다. 저 또한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했지요. 그는 저보다 12년 이상 세상을 더 사신 분으로, 그의 소소한 취미들 - 추가로 공부해서 학위 따기, 회사 근처에서 성악공부하기, 손으로 직접 글쓰기, 그리고 그가 오래전부터 해 오던 책 읽기와 악기 연주 등 - 에 대해 꾸밈없이 이야기를 해 주었고, 저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그와 나누었습니다.


20250812_111937.jpg
20250812_112007.jpg
20250812_112130.jpg


이 동네도 곧 철거된다고 하더군요. 빌딩들이 들어서고, 길도 커지겠으며, 주차공간과 커피샾 등이 생기겠지요. 하지만 좋은 것들이, 좋은 사람들이 희귀해지는 지금, 꼭 이런 좋은 것들을 없애야 하는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 점심시간이었습니다.


- August 14, 2025


작가의 이전글Anton Yelc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