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현미 Aug 24. 2024

동물의 왕국




우리 집에 오리가 산다

거위가 살고 토끼가 살고 양이 살고

여우와 너구리, 담비와 친칠라가 산다

캥거루가 살고 소가 살고 뱀이 살고 악어가 산다


봄여름 가을엔 굴속에서 잠만 자다

겨울이면 잠에서 깨 집 안팎을 어슬렁거린다

엄마와 마트에 가고 아빠 따라 출근했다, 퇴근한다

할머니 손 잡고 노인정에 다녀오고

형이랑 게임방 들러 노래방도 간다


깊은 밤 양이 운다

어둠이 무섭다고,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고

오리가 따라 울자 거위는 덩달아 운다

토끼와 여우와 너구리와 담비와 친칠라가 울고

캥거루가 울고 소가 울고 뱀이 울고 악어가 운다


베개 속에도 이불 속에도 옷장에도 신발장에도

모자랑 장갑 목도리와 귀마개, 가방에도 신발에도


켜켜이 울음이 쌓인


우리 집이 동물원이다

집집이 동물의 왕국이다



<< 아동문학사조>> 발표 글


작가의 이전글 새살고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