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은 그 과정 중에 있는 것!
초등학교 2학년인 찰랑이는 6월에 상반기 KMA 경시대회에 도전했다. 착실히 수학 현행을 잘 따라가고 있는 찰랑이에게 수학을 도전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해서 제안했고 아이는 흔쾌히 도전해 보겠다고 했다. 서슴없는 그의 도전 의지에 항상 놀라울 뿐이다.
수많은 경시대회가 있지만, KMA를 택한 이유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보는 시험이고 현행 진도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도전해 볼 만한 경시대회라는 것. 현행 교과 범위에서 기본/응용/심화의 문제 구성으로 기본 문제를 포함해 난이도 있는 문제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좋은 시험이다.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인 데다 시험 후 자신이 어느 정도를 했는지의 평가, 각 문제별 정답률, 부족한 부분까지 모두 분석이 가능한 결과지가 나오는 것도 맘에 들었다. 특히 이 시험은 상을 가장 후하게 주는 시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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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점 이상 : 장려상(상장)
70점 이상 : 동상(상장/메달)
80점 이상 : 은상(상장/메달)
90점 이상 : 금상(상장/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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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엔 도전한다는 자체에 큰 의의를 두고자 했으나, 이왕 준비하는 거 작은 성과라도 내봐야 성취감도 얻고 동기도 얻지 않을까 싶었다. 찰랑이 역시 메달을 꼭 따고 싶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도전을 하기로 했고 목표도 생긴 만큼 한 달간 기출을 풀어보며 열심히 연습을 해보자 했다. 나름 현행을 잘 따라가고 있으니 어느 정도는 하겠지 싶었다. 그러나 그건 얼토당토않는 나의 착각이었다. 찰랑이는 생각보다 너무 허술했다. 고난도의 문제는 어려워서 못 푼다 치더라도, 자기식대로 문제를 해석한다던지 문제를 대충 읽고 엉망으로 푼다던지, 연산 오류에, 다 풀고 답을 안 적는 등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실수의 향연을 보여주었다.
"아니, 찰랑아 문제를 이렇게 대충 보면 어떻게 해? 생각을 하고 푼 거야? 어?"
분명 도전 자체의 의의를 둔다 하지 않았던가. 그 말이 무색하게 잘했으면 하는 새까만 속내를 아이에게 보이고 말았다. 누가 그랬던가, 자식을 가르쳐보면 친자인지 확인이 가능하다고. 파르르 화내는 나와 시무룩해진 찰랑이의 모습. 그 괴리에 너무 속이 상했다.
이런 경시 문제가 처음인 아이는 낯설고 어려웠을 것이다. 충분히 실수할 수 있는 건데, 내 조급함으로 아이를 너무 다그치고 말았다. 늘 난 왜 이렇게 여유롭고 관대하지 못할까. 괜히 경시대회 준비한다고 애를 잡네. 괜히 한다고 했나. 내가 왜 그랬을까? 화를 낸 뒤 몰려오는 자괴감과 후회에 한참 동안 괴로웠다. 실수해도 괜찮아, 그럴 수 있지, 엄마랑 다시 한번 해보자. 잘할 수 있어. 이 말이 왜 어려울까? 아이가 크면 클수록 이 말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찰랑아 엄마가 화내서 미안해 정말..."
조심스레 미안한 마음을 아이에게 전해본다.
"웅.... 나도 실수 안 하도록 잘해볼게"
실수는 할 수 있는 건데 실수를 안 하도록 잘해본다니. 말문이 턱 막혔다. 너무 미안해서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오늘도 난 화내고 미안하다고 안아주는 못난 엄마였다. 그래도 지난날 엄마의 과오를 너그럽게 용서해 준 찰랑이 덕분에 우리는 화해의 악수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차근차근 우리의 속도대로 연습하기로 했다. 일단 내 욕심을 내려놓는 게 최고의 과제였다. 절반만 맞추자 라며 아이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으니 한결 마음이 편안했고, 남편을 지원군으로 불러들였다. 남편과 번갈아가며 풀이를 도와주니 좀 더 부드럽고 원활하게 준비가 가능했다.
그렇게 대망의 경시대회 날이 왔다. 참 인간이라는 게 간사하다. 욕심을 버리자 마음을 그렇게 다잡았는데 그래도 메달하나는 땄으면 하는 마음이 자꾸자꾸 비집고 올라왔다. 혹시라도 아이한테 그 마음을 들킬까 봐 휴지조각처럼 구겨 억지로 쑤셔 넣고 문을 꽉꽉 닫아걸어 잠그길 반복했다.
그런데 괜히 긴장한 나와 달리, 불행인지 다행인지 찰랑이는 너무나도 태평했다. 그는 시험 전날까지도 엄마 우리 이번 주말에 뭐 해?를 몇 번이고 물었다. 시험이 토요일이라고 몇 번이고 말했는데 아들아 넌 참 마음이 평온하구나. 엄마가 웃어야 하니 울어야 하니. 당일날도 너무나도 해맑게 시험장에 실뜨기를 하며 들어가는 찰랑이의 모습에 마음이 여러모로 복잡했다. 세상 부러운 2학년 아들의 여유로다.
1시간의 길고도 짧은 시험시간 지났고 아이들이 하나둘씩 나왔다.
"엄마~! 엄마~!"
뭔가 신난 듯 찰랑 이가 시험장 문을 박차고 뛰어나온다.
"고생했어! 찰랑아! 오구오구"
"엄마 엄마!! 나 25번 문제 풀었다?"
(*참고로 25번은 경시의 마지막 문제로, 제일 고난도 문제다.)
"진짜로? 그걸 풀었어?"
"엄마 내가 있잖아, 그걸 10분 동안 엄청 엄청 엄~~~ 청! 고민해서 풀었는데 답이 나왔어! 근데 맞은 거 같아!!"
정답을 확신하는 건 조금(굉장히) 우려스러웠지만, 일단 고난도의 문제를 10분 동안 고민하며 풀었다는 것이 대견했다.
"와 잘했네~고생했어! 시간 부족하진 않았어?"
"아! 25번 푸느라 네 문제를 못 풀었네? 헤헤헤"
역시 허술한 나의 아들임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긴다.
그래도 시무룩하지 않게 나온 게 어딘가. 신나게 도전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 모습에 안도했고 덩달아 신이 났다. 찰랑이가 시험 보고 꼭 먹고 싶다던 짬뽕과 탕수육으로 그간의 수고에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었다. 우리는 충분한 노력의 과정을 보냈고, 결전의 날 모든 것들을 무사히 마쳤다. 그리고 제일 먹고 싶었던 붉디붉은 짬뽕을 먹는다! 그렇게 더없이 완벽한 첫 시험을 완성했다!
결과를 몇 주는 기다려야 해서 마음을 거의 놓고 있었다. 사실 몇 주의 시간을 기다리며 제발 25번은 맞혔으면 했다. 열심히 고민했고 무려 네 문제나 포기하며 공들인 문제인데 그거 하나 맞추면 이번 경시는 큰 성과다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험의 결과. 두구두구....! 찰랑이는 25번을 맞혔다! 게다가 결과는 동상! 찰랑이가 그토록 원하던 25번과 메달을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절반만 맞힐 거라는 내 예상과 달리 메달을 일궈낸 찰랑이가 너무 기특했다. 사실 이번 시험이 쉬웠다는 평이 많았는데 참 다행이었다. 찰랑이도 그간 연습했던 시간과 메달을 바라보며 많이 뿌듯해했다.
'띠링~'
문자가 왔다.
하반기 KMA 한국수학학력 평가 시험 안내 문자가 왔다.
"찰랑아, 하반기 KMA 시험이 11월에 있대. 할 거야?"
"응! 응! 할래, 할래!"
그는 이번에도 흔쾌히 도전을 기약했다.
"엄마 시험 보고 우리 또 짬뽕 먹자!!"
도전 끝에 먹는 짬뽕의 끝내주는 맛을 아는 그의 당찬 포부였다.
첫 경시로 나도 찰랑이도 많이 성장한 시간이었다. 준비 과정 중 겪은 우리의 시행착오들이 휘리릭 스친다. 진흙탕에 빠지고 진흙 범벅이 되어 당황스러웠던 우리였지만, 서로를 닦아주고 토닥이며 걷고 또 걸었다. 앞으로 갈 길이 멀고 또 우리는 진흙 범벅이 되겠지만 그때마다 다시 서로를 일으키고 또 웃을 수 있길 바란다. 다음번 짬뽕은 과연 얼마나 더 맛있을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