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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카씽 Apr 09. 2022

엄마가 열 명이었으면 좋겠어.

엄마도 엄마가 열 명이었으면 좋겠다.

 우리 집에도 결국 코로나가 왔다. 점점 좁혀오는 포위망에 드디어 딱 걸려든 느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걸리고 나니  너무 아프고 또 힘들다. 아이들은 열만 떨어지면 아니, 열이나도 무슨 힘이 나는 건지 방방 뛰고 잘도 논다. 그렇지만 나는 축 처진 파김치처럼 아무것도 못하겠다. 만사 귀찮고 아프니 괜히 이래저래 짜증을 내게 되어 미안하고 또 미안한 하루다.


 얼마 전 램프요정에게 어떤 소원을 말할래? 물었더니 엄마가 열명이었으면 좋겠다는 찰랑이. 그것도 한 엄마가 모든 일을 다하고 나머지 9명이 자기와 놀아주는 거라니. 기발한 생각이 짠하면서도 웃기고 또 귀엽다.


 내 나름의 노력을 한다 하지만 아이에게 난 늘 부족한 엄마다. 특히 둘째가 생긴 이후로 찰랑이는 자주 나와의 시간을 미루곤 한다. 그게 늘 가엽고 딱하고 또 미안하다. 그렇지만 온전히 다 내 탓도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주말에 동물원에 가고 좋아하는 책도 보고 신나게 목욕놀이로 하루를 마무리하면서도 "덜 놀았어! 더 놀래!" 하는 게 아이 마음이다. 너의 놀이의 끝은 어디니, 얼마나 놀아야 만족할 수 있는 거니 묻고 싶지만 네 마음이 그런 걸 어찌할 방도가 있겠나. 내일 또 놀자라고 또 미루는 수밖에. 그리고 내일은 더 최선을 다해봐야지 다짐하는 수밖에.


 무던히 아이 둘과 골골대는 아내를 지키던 남편마저 오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가 덮친 지금의 우리 집은 (왜인지)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 둘과 하나 겨우 남아 깜빡이는 에너지로 연명하는 어른 둘의 치열한 시간과의 싸움이 예상된다. 그 시간을 생각해보니 힘들긴 해도 피식 웃음이 난다. 몸이 조금은 살아났나 보다. 덕분에 아이 둘을 재우고 글로 몸과 마음을 정리하는 이 시간에 감사함을 느낀다.


 기발했던 찰랑이의 소원이 지금 딱 내 소원이다. 나도 내가 열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램프요정님 열까진 아니더라도 둘이라도 어떻게 안될까요? 그렇게 상상이라도 기분 좋게 해 보며 또 하루를 버텨내 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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