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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카씽 May 24. 2023

여섯 살의 까꿍 놀이

엄마가 언제든 네가 생각하는 그 자리에 있을게.

"엄마! 엄마는 이쪽 길로가~ 나는 저쪽 길로 갈게~
 우리 이따가 만나는 거야~"

 갈림길이 나오면 늘 제안하는 찰랑이만의 까꿍놀이다. 어린 아가들과 하는 까꿍놀이보다 조금은 긴 호흡의 까꿍놀이랄까?

 

 수차례 이 까꿍놀이를 하다 보니, 찰랑이가 제안하는 갈림길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길은 보통 길어봐야 10초 정도 헤어지는 짧은 길이여야 하고 드문드문 엄마가 보여야 한다. 또 길이 갈라져 있어 잠깐씩 서로가 안 보이더라도 소리가 들리는 가까운 거리여야 한다. 조건들을 생각해 보니 엄마가 사라질까 걱정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이 보여 여섯 살도 아직은 아가구나 싶다.


 신나게 달려가는 아이를 보며 생각해 보니 많은 감정이 교차할 아이의 마음이 보인다. 낯선 길에서 짧은 순간 엄마와 헤어져 아찔하지만, 곧 엄마를 다시 만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신나게 뛰어갈 것이다. 드문드문 보이던 엄마가 혹여나 시야에 들어오지 않을 땐 "엄마 오고 있지?" 목청껏 소리치며 확인하는데, 아이의 작은 불안감을 다독여주기위해서는 "그럼~ 가고 있어"라고 최대한 크고 정답게 대답해 주어야 한다. 그러면 엄마는 약속한 곳에 '꼭 온다'라는 확신에 차  힘차게 달릴 것이다. 결국 합쳐지는 그 길에서 만났을 때 아이는  반가움과 기쁨 그리고 안도로 엄마를 꼭 끌어안는다. 간단한 놀이 같아도 그 안에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 그 마음이 느껴지기에 찡한 마음을 부여잡고 나 또한 힘껏 안아준다.


 찰랑이가 성장하는 그 길에서도 까꿍으로 수시로 안아주고싶다. 아이가 길고 긴 자신의 길을 걷고 뛸 때 즐거울 때도 있지만 때로는 지치고 힘이 들고 또 버거운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 언제라도 아이가 생각하는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렸다는 듯 까꿍 하며 웃어 주고 싶다. 그렇게 따뜻한 위로이자 안도의 까꿍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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