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속의 위로
"운동 열심히 하셨나 봐요?"
2년 만의 건강검진 중 문진시간. 운동을 전혀 안 하기에 무슨 말인가 했다. 문진표를 잘못 작성했나? 그것도 아니다. 분명 문진표에 운동과는 먼 사람임을 정직하게 답했는데. 뭘까?
"체지방은 줄고, 근육량이 2.5kg이 증가했네요."
너무 당황하면 말을 이을 수 없다. 정말요? 하하하하 웃음만 났다. 그러면서 빠르게 기억을 더듬어 갔다. 매일의 기억을 하나씩 급하게 매만졌을 때 덜컥! 움켜쥔 한 순간에 멈춰진다. 바로 놀이터다. 아이들의 모든 학업 일정이 끝나면 무조건 향하는 놀이터. 매일 2시간이라면 말 다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여름 지독한 무더위 속에도 놀이터를 외치는 그들. 매번 져준다. 두 아들의 격함을 알기에 난 여느 엄마들처럼 벤치에 앉아 있을 수 없다. 특히 킥보드나 자전거를 타는 둘째를 그냥 둘 수 없다. 아파트를 반 강제로 함께 몇 바퀴씩 뛰어야 한다. 그렇게 아이들과의 놀이터에는 걷고 뛰고 들고의 수고로움이 있다. 이 운동 아닌 운동을 근육으로 보상받다니. 아들 둘 엄마의 훈장 같은 것인가. 웃음만 난다.
할 말이 많았지만 꾹 눌러 담고 얼른 문진실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그 말이 자꾸자꾸 생각난다. 잘하고 있다는 그것이 (놀이터) 운동인지, 육아인지, 내 지금 삶인지 여러 가지 의미로 들린다. 그렇게 마음을 울려댄다. 난 정말 잘하고 있고 지금처럼만 살아가면 되는 걸까? 마음속으로 질문을 던져 보다가 괜히 힘이 났다. 내 몸에 자라난 근육만큼 내 마음의 근육도 증량됐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2년 뒤의 나는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내심 기대를 품고 오늘도 열심히 아이들과 놀이터를 뛰노리라 다짐했다.
잘하고 있어,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라는 그 말이 마음에 선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