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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카씽 Jun 22. 2023

'일춘기'라는 녀석이 왔다.

지독한 일춘기의 시작

 

 일춘기. 단어만으로도 위화감이 느껴지고 거부하고 싶은 그 시기. 유아의 제1 반항기라고 불리는 무시무시한 그것이 찰랑이에게 온 듯하다. 아니, 와버렸다. 대략 이론상으로는 18개월 즈음부터 36개월 사이에 온다고 하는데, 우리 찰랑이는 여섯 살이 되어 일춘기가 왔으니, 조금 늦게도 오나 보다.     

 

 찰랑이가 다섯 살이었던 때까지만 해도 우린 매일이 행복했다. 내 아이여서가 아니라, 찰랑이는 유독 잘 웃고 말도 예쁘게 하는 아이였다. 그래도 육아가 마냥 쉽고 행복할 순 없겠지. 나에게 육아 중 힘든 걸 꼽으라면 잘 안 먹는 것(입이 매우 매우 예민한 아이),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것(다섯 살이나 되어서야 통잠을 잔 위인)이었다. 사실 잘 먹고 잠만 잘 자도 육아의 절반 이상은 수월하게 넘어갈 텐데 찰랑이는 이점만큼은 참 힘들었다.


 그래도!! 이 두 가지를 제외한다면 기질적으로 순하디 순한 아이였다. 보통의 유아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되지 않을 때 생떼를 쓰고 울고 불며 심지어 드러눕는다는데, 여태껏 찰랑이는 런 모습을 보여 준 적이 없다. 찰랑이와 마찰이 아예 없었던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찰랑이는 의견이 대립할 때 생떼로 번져 감정이 상하기보다는 말로 조근조근 잘 이해시키면 평화롭게 결론에 도달하기 쉬운 그런 아이였다. 그간 평화로운 육아는 많은 육아 서적이나 정보들을 보며 공부한 나의 육아 지식 덕도 있지만, 사실 8할은 찰랑이의 순한 기질 덕분에 가능했.     

 

 그. 런. 데. 여섯 살이 된 찰랑이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내 말에 반대로 행동하기 일쑤고 싫어!라는 말을 쉽게 버릇처럼 툭 내뱉는다. 내가 보기에 그 모습은 생각 없이 그냥 엄마 말은 다 싫은 것 같다. 이런 행동들이 반복되면 난 아이를 다그치게 되고 그럼 아이는 보란 듯이 더 바득바득 말을 안 듣는다. 얘 정말 왜 이래? 내 아들 맞나? 혼란스럽다. 그렇게 사소한 일의 시작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질 때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폭발해 아이에게 소리치기를 반복했다. 여지없이 드러난 초라한 미숙함에 난 끝없이 좌절했고 아이는 어김없이 상처받곤 했다.


 우리의 균열이 꽤나 심각해 보인다. 균열 사이로 그간 채워온 애정들이 무참히 쏟아져 흩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괴롭고 서글프다. 우리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


 이건 아주 지독한 녀석이 찰랑이를 뒤흔들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너 말야! 일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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