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마라톤

도전은 베러투게더!

by 아카씽
"엄마, better together가 무슨 뜻이야?"
"함께라서 더 좋다는 뜻이야, 음.. 우리 가족 같은 거지"
"오! 그러네!"


'Better together'는 잭존슨(Jack Johnson)의 노래다. 남편과 연애할 때부터 많이 들어왔고 여전히 애정하는 노래다. '함께라서 더 좋다'라는 그 말이 마음에 쏙 든다. 꼭 우리 같아서 말이다. 남편과 나는 좋아서 함께가 되었고, 함께라 더 좋은 아이가 둘이나 생겼다. 우리 넷의 완전체가 함께하면 더 좋기에 뭐든 할 수 있다는 힘과 용기가 덜컥 생긴다.



용기의 말을 붙들고 우리는 빗속을 뛰고 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참가한 가족 마라톤. 팀명을 꼭 한글로만 해야 한대서 '베러 투게더'라고 썼다. (한글로 써서 그런 건지 전혀 마라톤과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우리라서 그런 건지) 어쩐지 어설프지만 누구보다 당당한 팀명을 붙들고 우리는 달리고 또 달린다. 매일을 배신하는 기상예보 덕에 예상 못한 비를 후드득 맞지만 어쩐지 나쁘지 않았다. 작년에 처음 참가한 마라톤 때는 눈치 없이 해가 쨍쨍해서 겨우겨우 완주했는데 그에 비해 덥지 않은 오늘이 차라리 낫다 싶은 우리였다.


처음 가족마라톤이라는 걸 알았을 때 왜 덜컥 등록하게 됐는지 생각해 보았다. 대회를 알게 되어 말을 무심코 던진 건 나였고, 적극적으로 낚아채 도전 의사를 밝힌 건 찰랑이였다. 나는 극도의 안정지향주의라 해보지 않는 것들을 굉장히 주저한다. 그런데 찰랑이는 조금 다르다. 새로운 것에 주저하지 않고 실패할까 두려운 마음보다는 일단 부딪히는 아이. 도전에 익숙지 않은 쭈글한 어른이지만 도전하고자 하는 아이의 뜨거운 마음에 차디찬 물을 끼얹을 수는 없었다. 냉수를 끼얹는 대신 용기라는 잔에 함께 마음을 나눠 담아 짠을 했다. 그렇게 두 번째 마라톤까지 우리는 해내고 있었다.


비록 선수들이 하는 전문 마라톤에 비하면 고작 5km로 짧았지만, 누구보다 비장한 우리였고 그 어떤 반전이 있는 영화보다 감동스러운 시간이었다. 괜찮냐며 순간순간 다독여준 남편의 손길, 체력 좋은 찰랑이가 나를 앞서가며 뒤를 돌아봐준 순간, 오래는 못했지만 작은 둘째가 형아 옆에서 콩콩 질주하는 모습, 헉헉 거렸지만 포기하지 않고 완주를 해낸 우리의 모든 순간을 담고자 마음 속 셔터를 계속해서 눌렀다.


완주 후 빵과 물 그리고 값진 메달을 받아 들면 세상 그만한 기쁨이 없다. 벌써 두 번째 우리의 메달이다. 자랑스러운 메달을 목에 건다. 불타는 열기 가득한 얼굴로 사진도 찍는다. 적당한 바닥에 널브러지듯 앉아 빵과 경기의 기억을 즐겁게 씹는다. 그러면서 다음을 기약한다. 남편과 나는 다음번 우리의 마라톤을 상상해 보고, 찰랑이는 10킬로를 뛰는 멋진 형들을 보며 다른 도전을 꿈꿔보기도 했다. 둘째 찰동이는 다음번엔 유모차에서 쿨쿨 자지 않고 꼭 뛰겠노라 귀여운 비장함을 보였다. 도전은 또 다른 도전을 낳는다는 진리를 깨닫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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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우리 같은 '베러 투게더'라는 말이 여전히 사랑스럽다. 함께라 더 좋은 우리의 도전들을 하나씩 이뤄나가고 싶다. 그렇게 도전하며 지친 순간들엔 여지없이 이렇게 용기를 속삭여 줄 것이다. 힘내라고, 우린 '베러 투게더'라고 계속계속 말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