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로 해야 운동이 되겠지만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가는 길은 단순하다. 쭉 내리막길이니까.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면, 중력의 힘이 자연스럽게 나를 데려다준다. 그래서 나는 출근할 때 걸어간다. 거창한 결심도 필요 없고, 땀도 나지 않아 옷 걱정도 없다.
아침 햇살 속에 한 걸음씩 걷다 보면, 출근길의 무게도 조금은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하루를 부드럽게 시작한다.
그런데 퇴근길은,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아침에 가볍게 내려왔던 그 길을 다시 올라야 한다. 물리적으로는 단순한 오르막이지만, 녹초가 된 채로 마주하면 그 길은 마치 히말라야처럼 느껴진다.
그 길을 오르며, 문득 하루치의 피로가 무게로 전해진다. 머리는 멍하고, 다리는 무겁고, 마음은 조용히 가라앉는다.
그래서 나는 퇴근할 땐 주로 버스를 탄다. 창가 쪽 자리를 하나 찾고, 가방을 옆에 살짝 기대어 놓은 다음 창밖을 멍하니 바라본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가로등 아래 길게 늘어진 그림자, 붉게 물든 저녁 하늘이 나에게 조용히 이야기해 주는 것 같다.
오늘도 수고했어, 이제 좀 쉬어.
나에게 버스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하루의 피로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이동식 힐링 공간이라고 할까? 창밖을 바라보는 그 짧은 시간 동안, 하루를 돌아보고 마음을 다독이며, 내일을 준비한다.
며칠 전, 이 이야기를 옆 짝꿍에게 들려줬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요즘 운동 열심히 하시는데,
말씀하신 것 반대로 해야
운동이 되지 않아요?
내리막길에서 버스 타고,
오르막길을 걸어야죠.
맞다. 건강만 생각하면 백 번 옳은 말이다. 하지만 인생에 꼭 정답만이 진리는 아니니까.
나에게는 퇴근길의 운동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그 시간만큼은 버스 안에서의 시간이 훨씬 더 소중하다. 버스에 타는 시간은 그저 몸을 싣고 가는 순간이 아니라,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하루를 정리하게 만들어 주는 소중한 쉼의 순간이니까.
그래서 난 오늘도 출근길엔 당당히 걷고, 퇴근길엔 조용히 버스를 탈 것이다. 운동은 따로 해도 되고, 그 부분을 내려놓는 대신 내 마음은 훨씬 더 가벼워질 테니까요.
그래서 난 오늘도 출근길엔 당당히 걷고, 퇴근길엔 조용히 버스를 탈 예정이다. 운동은 따로 해도 되고, 그 부분을 내려놓는 대신 내 마음은 훨씬 가벼워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