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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기 앞에서, 나의 어린 시절을 마주하다.

동전 하나로 온 세상을 가졌던 그때의 기억

by 아카


어느 날, 아이와 함께 서점에 들렀다가 입구 앞에 놓인 게임기를 보았다.


게임에 관심 많은 아이라 그런지, 멀리서부터 반짝이는 화면과 경쾌한 소리를 따라 발길이 향했다. 아이의 시선은 이미 화면 속 포켓몬스터 세계에 빠져 있었고, 말없이 자리에 앉아 조이스틱을 단단히 쥐었습니다.


화면 속 캐릭터의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버튼 하나하나를 누를 때마다 손끝에 힘이 들어가면서 몸까지 들썩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절로 웃음도 나고,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어릴 적, 동네 문방구 구석에 놓여 있던 오락기 앞에서 친구들과 줄을 서며 차례를 기다리던 시절.

동전 하나를 손에 꼭 쥐고 '이번엔 꼭 깨야지' 다짐하던 순간들.

잘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어깨가 으쓱해지고, 마지막 보스를 이기면 무언가를 해낸 것처럼 뿌듯했던 그 시간들.


여러분들도 혹시 그런 추억 있지 않은가요?

'스트리트 파이터', '던전 앤 드래곤' 같은 게임들.
부모님 몰래 용돈을 아껴가며 했던 오락 한 판의 짜릿함.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순서를 바꾸던 풍경.


생각해 보면, 그땐 그 작은 공간이 우리에겐 세상에서 가장 큰 놀이터였던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우리 때보다 훨씬 더 화려하고 정교한 게임 속에서 논다. 하지만, 무언가에 몰입하는 그 눈빛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무엇을 갖고 노느냐'보다 '어떻게 몰입하고 즐기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집중력 있게 도전하고,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는 용기. 게임에서도 아이는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어른이 되어 오늘을 떠올리며 말하겠지.


나 어릴 땐 포켓몬 게임 정말 좋아했지.
그때 진짜 열심히 했었어.




세상은 변하고 기술은 점점 더 발전하겠지만,
아이들이 무언가에 마음을 다해 몰입하는 그 모습은 언제나 그대로인 것 같다.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제는 부모가 되어 그 시절을 다시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했다. 이 시간들이 아이의 마음속에 하나의 추억으로 차곡차곡 쌓여가기를 바란다.


오늘도 아이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모험을 이어가고 있고, 나는 그 곁에서 아주 오래 전의 나를 다시 한번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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