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아빠캠프
5월의 마지막 주말,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이 낯설게 변신했다.
평소엔 아이들의 발소리와 휘슬 소리로 가득한 이곳에, 가지런히 초록 텐트들이 세워졌다. 마치 도심 속에 피어난 작은 마을 같았다.
이곳에는 '아빠캠프'가 열렸다. 아빠와 아이가 1박 2일간 함께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만드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이게 다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가능해?
처음엔 의아했지만, 막상 참여해 보니 나름 색다른 캠핑이었다. 엄마에게는 잠깐의 자유 시간을 선물하고, 아빠와 아이는 특별한 모험을 떠나는 것이었다.
아빠와 함께 텐트 치고, 레크리에이션도 하고, 텐트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하루를 보내는 소중한 시간.
시원한 에어컨 바람 대신 햇볕 아래서 땀도 흘리고, 와이파이 대신 서로의 웃음소리에 집중하는 시간.
이 행사는 단순한 캠핑이 아니었다.
캠프는 아이와 아빠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알차게 채워졌다. 줄넘기와 공 굴리기와 같은 체육 활동으로 아빠와 함께 몸을 풀었다.
과학실에서 여러 실험도 하고, 밤에는 종이비행기 콘서트까지. 아이들은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고, 아빠들은 다른 아빠들과 나란히 앉아 소박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도시에서 이런 시간을 보낸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늘 바쁘고,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하루가 금방 흘러가니까.
하지만 이날만큼은, 뭔가를 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아이와 함께 있고, 같이 밥 먹고, 아이가 노는 걸 지켜보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했다.
아이들만의 공간인 초등학교에서 이런 경험을 함께 한다는 것, 흔치 않은 일이니까.
이 시간이 오래 기억에 남았으면. 아빠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이 아이에게도 특별함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뭔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하루.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했던 밤.
해가 지고, 텐트 안에 나란히 누워 아이 얼굴을 바라보던 순간. 조용히 불어오는 바람처럼, 오랜만에 마음도 잔잔해졌다.
어쩌면 아이보다 제가 더 선물 같은 시간을 받은 건 아니었을까?
바쁜 일상 사이, 아주 작은 틈으로 흘러든 이 하루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반짝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