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처럼, 글도 나를 이야기합니다.

영화 <비긴 어게인>

by 아카


예전에 보았던 영화 <비긴 어게인> 속 대사가 담긴 짤을 어느 날 스레드에서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문득, 플레이리스트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에 무척 공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폰에 어떤 음악을 저장했어?



우리가 무심코 흥얼거리는 노래,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 몰래 숨겨둔 곡들.
그 안에는 그 사람의 감정과 취향,
그리고 그때그때의 수많은 기억들.


이 모든 것들 속에 '나'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생각해 보니, 글도 똑같은 것 같다. 때론 음악보다 더 솔직한 것 같기도 하다. 음악은 누군가 만들 걸 듣는 거지만, 글은 내가 직접 만들어내는 거니까. 글쓰기는 내 안에 있는 걸 꺼내는 과정이고, 글에는 그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난주, 회사 점심시간에 혼자 점심을 먹으면서 책상에 앉아 노트를 펼쳤다. 오전에 있었던 사소한 일이 마음에 걸려서, 그냥 몇 줄이라도 써보려고 했다. 괜찮다는 말로도 잘 정리되지 않던 마음이, 글을 쓰면서 조금씩 차분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엔 문장이 뒤죽박죽 엉켜서 생각처럼 풀리지 않았지만, 한 문장, 두 문장을 꺼내다 보니 묘하게 안도감이 찾아왔다.



이게 글의 힘인가 싶다. 어떤 날은 붉게 달아오른 감정으로 글을 시작하지만, 쓰고 또 쓰다 보면 색이 옅어지고, 마지막에는 담담해진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전에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다는 생각도 든다.


우산을 접어두고 카페 창가에 앉아 커피 잔을 만지작거리던 모습, 힘들게 러닝 완주를 해낸 후 벅찬 감정을 휴대폰으로 갈겨쓰던 모습.​ 그때의 공기와 냄새까지 기억난다. 글은 그 순간을 기록하는 동시에, 그때의 나를 단단하게 붙잡아두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글이라는 것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삶을 비춰주는 또 하나의 거울이 아닌가 싶다.


내가 본 것, 느낀 것, 생각한 것.

그 조각들이 조용히 깃들어 있는 글.

화려한 문장보다는,

그 글에 내가 담겨 있는가 하는 것.​


그게 진짜 나다운 글이라고. 음악 취향이 그 사람을 드러내듯, 글 또한 나를 보여준다고 믿는다. 내가 쓴 글을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글을 통해 조금씩 나 자신을 더 이해하게 된다.


​오늘도 나는 나를 꺼내기 위해 글을 쓴다. 이글 또한 나를 가리킬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