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을 깬 하루, 그 후의 생각

'해야 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어서'

by 아카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동안 루틴을 만들어 왔던 건, 더 나은 '나'를 위해서였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책 보고 글을 쓰며, 운동과 사진 찍기로 하루를 채우는 습관. 작은 실천이 쌓여 큰 변화를 만든다는 말, 나도 믿었다. 그래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흐름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뿌듯했다. 필사와 운동, 그리고 사진 찍기. 인스타그램에 하루에 3개를 올리며, '나도 해내고 있구나'라는 성취감이 하루를 조금 더 단단하게 해 주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이 루틴이 나를 옥죄기 시작했다. 며칠 전이었다. 너무 피곤하고 마음도 조금 지쳐 있기도 했지만, 갑자기 머릿속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도 해야지. 안 하면 무너질 거야.


잠깐 쉬고 싶다는 내 안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루틴을 지키는 데에만 집중하려고 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곧 깨달았다. 루틴이 나 자신을 위한 게 아니라, 어느새 나를 평가하는 잣대가 되어 있었다는 걸.



과감히 그 틀을 깨기로 했다. 필사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건너뛰었다. 처음엔 약간의 죄책감이 몰려왔다. 마치 몇 달 동안 공들여 쌓아 온 탑을 스스로 무너뜨린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아, 내가 나를 옥죄고 있었구나.


돌아보면, 그동안 내가 지켜온 건 '꾸준함'이 아니라 '불안함'이었던 건 아니었을까. 루틴을 깰까 봐 불안했고,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 더 집착했던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루틴은 더 이상 나를 위한 게 아니었다.


루틴을 깨고 나니, 오히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조금 더 나답게, 조금 더 솔직하게 해도 되겠다.'​


꾸준함은 여전히 소중하다. 하지만 꾸준함이 나 자신을 옭아매는 순간, 그건 건강한 루틴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다시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정말 나를 위한 거야?



다시 운동화를 꽉 매고 뛰어보니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다. '해야 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어서' 뛴다는 게 이렇게 다르구나. 운동하는 내내, 어제의 선택이 잘한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중에도, 루틴을 지키느라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분이 있나요?그렇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가끔은 루틴을 깨도 괜찮아요.



루틴은 나를 위한 도구일 뿐, 우리를 옭아매는 족쇄가 되어선 안 되니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라 지속 가능함이다. 그리고 그건 유연함에서 시작된다는 걸, 다시 또 깨닫는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조금 다른 마음으로 루틴을 지킬 생각이다. 완벽하게, 매일, 빠짐없이 하는 게 아니라, 나가 진짜 필요한 만큼, 그리고 하면서 즐길 수 있을 만큼만. 루틴을 깨는 건 실패가 아니라, 나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어제 그 하루가 제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이것이다.


'나를 더 솔직하게 바라보는 시선'


이제 나는 다시 시작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자유롭게, 그리고 조금 더 나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