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는 나를 지켜준 사람
나는 가끔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결혼생활은 어렵지만, 나보다 훨씬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나를 따라와 고생한 사람은 바로 아내라는 걸.
아내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하루 세 시간 남짓 자며 자신을 혹사시키던 시절도 있었다. 그렇게 커리어를 쌓던 아내는, 한국으로 돌아온 뒤 나와 결혼하며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자신의 꿈과 경력을 접고, 아이와 가정에 모든 시간을 쏟았다.
그 과정이 얼마나 고단했을까. 양가로부터 도움도 충분치 받지 못한 채 매일 홀로 아이를 돌보며 하루를 버텨야 했다. 나는 야근과 회사 일에 치여 그녀의 힘듦과 외로움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바쁘다는 이유로, 힘들었다는 말 한마디조차 묻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내는 늘 내 편이었다. 내가 달리기에 몰두할 때도, 글을 쓰기 위해 사부작 사부작 할 때도, 돈이 덜 되는 선택을 해도, 그녀는 불평보다 응원을 먼저 건넸다. 내가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꿈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 뒤에는 언제나 그녀가 있었다.
늦은 밤, 지쳐 돌아온 날 식탁 위에 놓여 있던 반찬 하나. 주말 아침, 내가 침대에 누워 있을 때 아이와 함께 조용히 부엌으로 향하며 나의 잠을 지켜주던 모습. 아이의 울음이 멎지 않던 늦은 저녁에도 지친 나를 두고 묵묵히 아이를 안아 달래는 모습.
그런 순간들 속에 느꼈던 고마움을 잊고 살았다.
돌이켜보면, 아내의 하루는 쉴 틈 없었다. 아이와의 씨름, 집안일, 그리고 끝없는 학원 라이딩. 그리고 끊어진 인간관계 속에서 홀로 버텨온 시간들. 어쩌면 번아웃은 내가 아니라, 그녀에게 훨씬 먼저 와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너무 이기적이어서, 그 고단함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던 건 아닐까.
그러면서 문득,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던 아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루 종일 지쳤을 텐데도, 아이가 다섯 살이 될 때까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책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넘기던 손길.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사람 덕분에 우리 가족이 지금 그대로 버티고 있었다는 걸.
많이 늦었지만,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한다.
그동안 고생 많았고, 고마워. 이제는 조금이라도 그 마음을 돌려주고 싶다.
작은 말 한마디, 한 번의 다정한 손길이 그녀에게 닿기를. 오늘의 감사와 미안함이 내일의 작은 실천으로 이어지고, 우리 둘 다 이제 더 편안하고 웃음꽃 피는 날들을 맞이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