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가치가 중요한 곳, 보험회사
회사에서 팀은 하나의 조직처럼 움직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각자의 속도와 역할은 조금씩 다르다.
누군가는 앞에서 방향을 잡고, 누군가는 뒤에서 균형을 맞춘다. 흔히 '팀을 움직이는 사람'이 주목받기 마련이지만, 그 팀이 유지되는 데에는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일단 팀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눈에 띈다. 회의에서 먼저 말을 꺼내고, 변화를 제안하며, 성과를 수치로 보여준다. 새로 온 경력직이나 부서장, 임원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팀을 빠르게 바꾸려 한다. 그 추진력과 에너지는 분명 조직에 필요하다. 정체된 흐름을 깨는 데에는 이런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다만 그들이 이끄는 변화가 항상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닐 수 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판단의 무게는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보험이라는 업종에서는 그 차이가 더 선명하다.
그래서 순간의 결정 하나가, 수십 년 뒤의 분쟁과 부담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 결과는 대개 다음 세대의 몫이 된다. 그래서일까. 나는 종종 변화 그 자체보다, 그 변화가 남길 시간을 항상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한편, 팀에 남는 사람들은 조용하다. 큰 변화를 주도하기보단, 이미 정해진 흐름이 흔들리지 않게 자리를 지킨다. 성과가 당장 드러나지 않는 일을 맡고, 잘해도 본전인 업무를 반복한다. 조직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이들은 눈에 띄지 않지만, 막상 자리를 비우면 가장 먼저 티가 난다.
보험회사에서 한 팀에 오래 남아 있는 사람들을 지켜보면, 대개 두 부류로 나뉜다. 갈 곳이 없어서 남은 사람, 그리고 이곳에서 필요해서 붙잡힌 사람. 후자의 경우, 화려하진 않지만 조직의 맥을 알고 있다. 제도가 왜 이렇게 만들어졌고, 과거 판단이 어떤 결과를 남겼는지를 기억한다. 때로는 단기 성과를 중시하는 결정과 충돌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생긴 부담은 종종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학을 나와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이곳에서도 개인의 성과와 이기심 앞에서 균형을 잃는 장면을 종종 목격한다.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래서 팀에 남는 사람들의 조용한 고민과 망설임이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
팀을 움직이는 사람과 팀에 남는 사람은 대립되는 존재가 아니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 팀을 완성한다. 앞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다면 팀은 정체되고, 뒤에서 지탱하는 사람이 없다면 팀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누가 더 빛나는지를 가르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누가 진짜 업을 지키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팀이 잘 돌아가고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 그 자리에 작은 공백이 생겼을 때, 비로소 존재감이 드러나는 사람들.
보험회사에서 일을 하며 나는 종종 그런 순간을 본다. 사람의 선택이 남기는 시간,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야 드러나는 사람의 가치. 팀을 움직이는 힘도 중요하지만, 팀에 남아 있는 힘이 결국 조직을 오래 가게 만든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