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해 온 것을 멈출 때

626일 이후의 마음

by 아카


지금까지 필사를 이어 온 시간을 계산해 보니, 딱 626일이었습니다. 제 생활의 일부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꾸준히 이어 온 시간이었습니다.


실제로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음 복잡할 때 문장을 따라 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었고, 표현이 막힐 때는 다른 이의 문장이 작은 길을 내어 주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멈추려는 결정이 더 망설여졌습니다. 좋은 것이라는 걸 알기에, 그만두기 아깝다는 생각이 계속 마음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브런치와 블로그, 스레드에 글을 올리고, 운동과 다른 공부도 하다 보니 하루가 점점 '해야 할 일'로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분명 스스로 선택한 일들이었는데도, 부담으로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루틴이 삶을 돕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이 루틴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욕심이 늘어날수록 정리되지 않는 느낌도 함께 쌓여 갔습니다. 그렇다면 에너지를 넓게 나누기보다 한 곳으로 모으는 편이 더 맞겠다는 결론에 닿았습니다. 저는 이미 쓰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쓰고 싶은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필사를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626일이나 했으니 이만큼이면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다독여 보았습니다. 어떤 습관은 시작할 때 필요하고, 어떤 습관은 성장하는 동안 필요합니다. 그리고 충분히 얻었다면, 잠시 놓아도 괜찮지 않나 생각합니다. 멈춘 것이 아니라, 지금의 제게 맞도록 조정하는 과정이라고 믿어 보려 합니다.


한편으로는 시원합니다. 해야 할 루틴 하나가 줄어든다는 안도감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섭섭한 마음도 듭니다. 이렇게 오래 이어 온 습관을 내려놓는 일은 생각보다 감정이 남는 일이니까요. 마치 매일 보던 풍경 하나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어쩌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시원하고 조금 섭섭한 마음으로 이 시간을 정리해 둡니다.


어떤 것들은 끝나서가 아니라,

지금 제게 맞도록

자리를 옮기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