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덜 아프길 바랐을 뿐
저는 종종 사람 사이에 서 있습니다. 친구나 동료도 아니라, 가족 사이에서요. 한 사람은 이미 지쳐서 마음을 닫은 상태이고, 다른 한 사람은 이제야 이해하려 합니다. 타이밍이 어긋난 두 사람 사이에 오랫동안 서 있었습니다.
가족이라는 존재가 주는 무게감은 때로 감당하기 힘들 만큼 저를 짓누릅니다. 차라리 남이라면 "각자 선택이겠지" 하고 물러설 수 있는 일도, 제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모두 제 탓처럼 느껴집니다. 제가 아니면 아무도 풀어주지 못할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더 애써왔습니다. 서로의 말을 대신 전하고, 감정을 설명하고,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노력할수록 상황은 제 기대와는 정반대로 더 꼬여만 갔고, 제 마음까지 크게 다치게 되었습니다.
그때 알게 되었어요. 가족이라고 해서, 한 사람의 에너지가 두 사람의 관계를 대신 회복시켜 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요. 이미 지쳐버린 사람에겐 시간이 필요하고, 이제 이해하려는 사람에겐 기다림이 필요하단 걸요.
그 과정은 결국 두 사람이 키를 갖고 있는 것이지, 제가 대신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사이에서 버티고 있을수록 두 사람은 저를 통해 감정을 우회하게 되고, 제 마음만 점점 더 무거워졌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기준을 조금 바꾸려고 합니다.
가족 사이의 갈등은 누군가가 해결해 줘서 끝나는 일이 아니라, 각자의 시간이 흘러야 풀리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가족 사이에 서 있는 사람도 소중하다는 사실을요. 버티는 역할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보호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요.
어쩌면 언젠가 두 사람이 다시 가까워질 수도 있고, 아니면 끝내 그러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