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하지 않아서 다행인 날도 있습니다.

저는 왜 항상 애매했을까요.

by 아카


특별한 뾰족함이 없어서 애매하다는 말, 저는 그 말을 꽤 오래 마음에 담고 살았습니다.


주변을 보면 누군가는 예체능에 뛰어나고, 누군가는 숫자에 강하고, 또 누군가는 말을 정말 잘하거나 글을 잘 쓰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어느 한쪽으로도 선명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아주 못하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저 사람은 이게 강점이야" 하고 바로 떠오를 무언가도 없는 사람 같았습니다. 제가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줄로만 여겼습니다. 앞서있던 순간보다 모자라 보였던 순간을 더 오래 붙들고 있었습니다.


조금 더 잘했어야 했나
이 정도면 그냥 평범한 거 아닌가


스스로를 돌아볼 때마다 기준은 높았고, 평가는 늘 애매했습니다. 애매하다는 말은 대단하지 않다는 뜻처럼 들렸고, 대단하지 않다는 건 곧 부족하다는 의미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생각이 조금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뾰족하지 않은 대신, 어디에든 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방향으로 깊게 파고들지는 못해도, 여러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서로 다른 생각 사이에 서 있을 수 있는 사람 말이죠. 누군가 지쳐 있을 때도, 또 다른 누군가가 이제 막 이해하려 할 때도 저는 그 사이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날카롭지 않아서 상처를 덜 냈고, 뾰족하지 않아서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잘하는 게 없는 사람이 아니라, 한 가지로 설명되지 않는 사람이라고요.


애매함은 비어 있다는 뜻이 아니라,

여지를 남기는 성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그래서,

제가 뾰족하지 않다는 사실을

조금 덜 부끄러워해 보려 합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도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다면, 우리 같이 조금만 덜 미워해 보아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