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익숙한 사람의 특별함
성당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잠깐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창밖을 보며 조용히 앉아 있었는데, 옆에 놓인 '하루 한 문장 달력'에서 문장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떤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받지 못한다. (루카 복음 4장 24절)
가만히 생각해 보니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보통,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먼저 알아봐 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니까요. 오래 알고 지내며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은 정반대의 이야기를 합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오히려 가장 늦게 알아본다고 말합니다.
이 말은 예수가 고향 나사렛에서 설교할 때 나온 이야기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반응했다고 합니다.
"쟤는 우리가 어릴 때부터 알던 목수 아들이잖아."
"우리가 다 아는 사람인데 무슨 예언자야?"
너무 익숙했기 때문에 오히려 그 가치를 인정하지 못했던 것이죠. 잘 아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가 가진 특별함을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이런 일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낯선 사람의 말은 진지하게 듣지만, 익숙한 사람의 말은 쉽게 흘려보내기도 합니다. 이미 잘 알고 있다는 이유로 그 사람이 가진 깊이를 살펴보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끔 이런 장면이 생깁니다. 다른 곳에서는 인정받는 사람인데 정작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경우 말입니다. 어쩌면 이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인 것일지도 모릅니다. 익숙함은 사람의 가치를 평범하게 보이도록 하니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조금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어쩌면 저도 그런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예를 들면, 제가 글을 쓰며 전하는 온기 같은 것 말입니다. 온라인에서는 따뜻한 글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정작 와이프에게는 잘 통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오늘 잠깐의 기다림 속에서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인정받지 못한다고 해서 너무 서운해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익숙함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 문장을 이렇게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