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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리목 Aug 30. 2020

다른 세대의 사람들과 함께 한다

그 다른 세대는 90년생이다



나는 지방의 국립대학에서 근무하는 부서의 팀장이다. 사십 대 중반의 나이로 지금 이 직장에서 십오 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에 연세 드신 분들이 정년퇴직을 하고 그 빈자리를 젊은 사람들이 채워주고 있다. 

자리를 찾아온 직원들은 나와 나이 차이가 제법 난다. 그들은 타기관에서 초임 시절부터 2~3년의 근무경력을 가지고 이 기관으로 전입을 해 오는 직원들이다. 


나는 7월 초에 승진되면서 이 부서로 발령을 받으면서 팀장 직책도 맡게 되었다. 

계속 적은 2~3명의 인원이 근무하는 부서에서 근무하다 10명 이상이 근무하는 부서로 발령을 받고 오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많은 일들을 겪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발령을 받고 2주 정도가 지났을까?

직원 인사를 담당하는 부서 팀장과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하다 우리 부서의 모 직원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시끄러운 곳이라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모 직원의 이름을 거론을 하는 것으로 봐서 무슨 일이 있나 보다라며. 그렇게 생각하고 다음날 자초 지경을 듣고자 친한 다른 직원을 통해 이야기를 했는데 정작 그 직원도 잘 모른다고 한다. 어찌 저째 해서 그 직원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타기관에 전출을 가려고 올 초부터 준비를 하고 인사교류 사이트에 신청을 해 놓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것도 모르다가 띵하니 머리통을 한대 얻어맞은 듯 잠시 멍하게 되었다. 

하지만 본인과 맞지 않는 직장이라면 누구나 직장을 옮길 자유가 있다. 본인에게 맞는 직장을 찾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만들어둔 인사교류제도이다. 각자 1:1로 스스로 찾아야 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서로에게 맞는 사람을 찾으면 또 각자의 기관에서 승인을 하게 되면 보내주는 게 관례이다.  거기에까지는 문제가 없다.    

가게 된 그 직원이 지금 이 직장에 무슨 억하심정이 남아있었는지. 내가 정확하게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직원의 행동거지로 보았을 땐 분명 잘 못 된 행동이었다는 게 분명한데. 정작 본인도 모르고 자기 하고 싶은데로 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후임으로 오는 사람을 위해 인수인계라던가 자기 스스로 해야 할 것을 해 놓지도 않고 이미 본인은 이 기관에 대한 마음이 떠서 전혀 미련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과연 그 행동들이 잘 한 행동들이었을까? 가는 사람에 대한 예의라며 부서 전체 점심을 하고. 근무하는 동안 고생이 많았다면서 그렇게 좋은 소리를 했었는데. 그 직원은 이 기관에 대한 기억이 뭔가 그렇게 좋지 않아서인지. 지난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연가를 내 버린다. 금요일 하루 출근하고 다음 주 월요일, 이기관에서 마지막 출근일마저도 연가를 내 버렸다. 그다음 날 새로 발령받은 기관으로 바로 출근을 하겠다고 한다. 금요일에 인사 다 했다면서 금요일 퇴근시간이 되어 짐을 싸고 퇴근시간에 나가버린다. 


점심을 먹으면서, 그날 오후에 인수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서 그 직원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터진 입이라고 너무 버르장머리 없이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가. 

창을 열고 뜨거운 바람으로 속을 진정시키고. 내가 참아 버렸다. 이미 마음이 없는 사람이기에 더 이야기하면 감정만 더 나빠지는 것이 아니겠냐며 혼자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타기관 전출을 하는 그 직원의 과정을 보면서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이 생각이 났다.

최근 들어 직장에 90년생이 많이 들어오면서 그에 따라 내가 꽤나 나이가 많은 부류가 되었다는 사실을. 나는 인정하기는 싫지만 현실은 그렇다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나의 나이 듦과 자연스러운 세대교체. 어떤 조직이나 만나게 되는 일이 아닌지. 받아들여야 하는데 받아들이기가 참 어렵다. 


책에서는 90년생들이 자기 일들은 똑 부러지게 하고 깔끔하게 뒷정리까지 잘 한다고 했었는데. 몇몇 예외도 있을 수 있겠고 그 직원이 또 특별하게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면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그 사실을 또 배운다. 다만 어디 가나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있기 마련인데 그 상황에 대해 마주하기가 두려워서 피하는 건 아닌지. 아니면 아예 정나미가 떨어지고 넌들이 가 나서 저런 상황이 생기는 것이 아닌지. 그건 내가 알 수가 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마지막 순간에 아쉬움이 남는다. 깔끔한 모습이 아니고 함부로 말을 막 하고 버르장머리 없는 그런 모습을 보이면서 저 직원이 타기관에 가서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면서. 내가 저 직원을 저렇게 만들었던가? 그런 생각을 해 보면서 90년생을 대할 때 어찌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 같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143041

 

그 직원의 타기관에 무사 적응을 기원하면서, 나의 90년생들과 더 공감 가고 뜻깊은 직장 동거생활을 위해 서로서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리라 본다. 

팀장이라고 '에헴 에헴'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직장임에는 틀림이 없으니 말이다.



p166 휴가를 쓰는 각기 다른 풍경

지금도 휴가(연차)를 쓰는 것도 낯설고 어색하다. 그럴 필요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것저것 눈치가 보여 아직도 휴가(연차)를 쓰는 것은 어렵다. 해야 할 업무도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하지만 요즘 젊은 직원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휴가를 쓰는 것 같다. 이것만으로도 많이 생활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90년생들의 삶의 모습과 그들이 직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알려주는 대목인 것 같다. 아니 90년생 그들을 조직의 일원으로 끌어들여 함께 하기위해서 어떻게 관리 혹은 운영을 해야 하는지를 말이다. 


p205 강한 통제 방식이 통하지 않는 세대

p209 '참견'이 아닌 '참여'를 원하는 세대

p211 적절한 참여를 통한 인정 욕구 충족



<내가 90년생을 겪고 나서 다시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세대가 바뀌고 내가 회사에서 지내야 할 시간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새로운 사람들이 이 사회를 움직이는 허리 부분이 되고 그 이전에 있던 사람들은 점점 더 관리자의 자리로 옮겨가고 있다. 그 관리자들이 가졌던 또는 겪었던 그 생활의 모습들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사람들에게 똑같이 적용시켜서는 안 되리라고 본다. 그들도 그들의 삶의 스타일과 일하는 방식이 있음은 당연한 것이고, 강제나 강요로 절대로 바뀌지 않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따로 또 같이 추구하는 삶이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조직이라는 바퀴가 지금 시대의 사람들과 함께 돌아가는 방법이 바뀌고 있음을 그래서 어떻게 돌려야 하는지를 한번 더 생각해 보게 해 주는 책이었다.

또 조직에서 새로운 사람들의 등장은 어쩌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조직이라는 큰 틀이 움직이게 하려면 혼자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며 서로에 대해 좀 더 알아가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절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세상임을 잊지 말도록 하자. 

 

* 세대는 강물 흘러가듯이 흐르는 것이라...

   서로를 인정을 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것만이 

   그 다름 속에서 같이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삶이라는 것.

   다음 세대를 위해서 지금 우리 세대가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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