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연습

한계 상황과 조우하게 될 때, 나는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by 삶예글방

12월 27일 토요일 문장밥



오늘의 문장은 철학자 강남순 작가가 쓴 「 모든 존재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 철학 에세이에서 가져왔습니다. 자크 데리다의 '함께-잘-살아감' 철학이 학문 세계와 일상 세계를 관통하는 정신이라는 작가 소개에 꽂혀 바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는데요. 현대 사회를 사는 한국인에게 꼭 필요한 사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은 책에서 '생에서 한계 상황을 마주한 이에게 필요한 선택'에 관해 적은 이야기를 읽고 가져왔는데요.


칼 융의 말처럼 "나는 나에게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내가 되고 싶은 존재가 되기 위하여 내가 하는 선택이 바로 나를 규정하는 것이다(I am not what happened to me, I am what I choose to become.)."

다층적 한계 상황과 조우하게 될 때, 나는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좌절과 냉소가 아니라, 자유와 진정성을 확장하며 보다 의미롭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기 위한 크고 작은 '선택'의 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쓸 당시 저자는 여러 죽음 소식을 접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타자의 소식부터, 가까운 이의 돌연한 죽음까지요. 저도 올해를 돌아보면 돌연한 죽음과 예측했지만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죽음을 이어 마주했어요.


한나 아렌트의 지도 교수이자 동료였던 칼 야스퍼스는 이러한 돌연하게 마주하는 순간을 '한계 상황'이란 개념으로 정리했다고 합니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것 같은 일상에서, 일상을 깨는 사건을 경험하고, 절벽에 서있는 것 같은 지독한 '한계'를 마주하게 한다는 거죠.


한계 상황은 나를 포함한 모두에게 불가피성과 생명의 끝을 인식하게 하고, 고통이나 질병 혹은 깊은 감정적 괴로움과 마주하게 하고, 자신의 잘못이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느끼면서 다층적 죄책감에 시달리게도 만든다. 또한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게 한다. 우리 모두의 운명과도 같은 존재론적 한계에 직면하게 하는 것이다.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이러한 한계 상황과 조우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누구도 이러한 한계 상황을 피할 수 없다. 한계 상황은 다른 문제처럼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직면'하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상황을 누구든 마주하고 직면해야만 할 텐데, 그때 상황과의 관계와 그것을 보는 나의 시각을 변화시키자고 제안합니다. 절망에 사로잡힐 수도 있고, 냉소와 자기를 내버려 두는 방식으로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유한한 삶을 의미롭게 가꾸어야 한다는 실존적 자각의 계기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죠. 삶의 한계가 주는 딜레마를 오롯이 직시하고, 살아있음의 경이로움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자고 말합니다. 그렇게 큰 자유와 삶의 진정성에 다가가는 계기로 전환할 수 있다고요.


만약 작가가 자신의 상실과 한계 상황에 대해 먼저 밝혀주지 않고, 연구 사례나 타인의 이야기만 곁으로 안내했다면, 그 말에 힘이 실리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신의 고통스러운 순간을 먼저 고백하며,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이 한계에 대해 조금 더 객관적으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제안을 받아볼 수 있게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를 나에게 일어난 사건으로 규정하기보다는, 내가 되고 싶은 존재를 향한 선택으로 정의하는 시도가 정말 쉽지 않겠지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수없이 갑작스러운 순간에 한계를 마주하게 되겠죠. 그때마다 처음처럼, 아니 오히려 극복한 어떤 이전의 상황보다 더 어려운 한계를 마주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때마다 상황을 넘어서는 선택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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