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그런 시간 같아요

숨길 수 없는 시간

by 삶예글방

1월 27일 화요일 문장밥



어떤 감정도 낮에는 숨기기 쉽습니다. 심지어 자신을 속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다 늦은 밤을 넘어선 새벽 시간이 되면, 갑자기 혼란에 빠져드는 마음을 마주하게 되곤 합니다.


며칠 전에 그런 마음을 콕 건들여 꺼내주는 문장을 만났습니다.


겨우내 차가운 창고에 모셔둔 걸 잊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나 꺼내와 거칠고 땅땅해진 껍질 속 잘 여문 탱탱한 귤을 까먹듯이,

아껴둔다고 넣어둔 걸 잊고 있다가 꺼내어 본 맛있는 드라마 「러브미」 한 장면을 보고 너무 좋아서 필사를 해두었습니다.



새벽은 그런 시간인 것 같아요

숨길 수 없는 시간


낮에는 즐거운 척 외롭지 않은 척

즐겁거나 외롭거나

그 중간쯤 어딘가에 숨을 수 있는데


새벽엔 그게 안돼요

나는 그 중간 쯤 어딘가가 아니라고

확실하게 알려주는 시간인거 같아서



극 중에서 라디오 사연으로 소개된 이 문장은, 필사해두고 다시 찬찬히 읽어보니 한편의 시와 같습니다.


숨길 수 없이 드러나는 새벽,

누를 수도 감출 수도 없는 오롯한 내 마음을 마주하는 시간.


그 때가 가장 힘들기도 하지만 소중하기도 합니다.

순간의 생각과 마음에 충실하게, 피하지 않고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 봅니다.


숨기고 누르며 감추던 낮의 나 와

비집고 나와 분출하는 나 사이에

화해가 시작됩니다.


그리곤 조금 낮아진 긴장감으로 하루를 다시 살아봅니다.


괜찮은 척 하는 노력을 하는 게 아닌, 진짜 괜찮아지기 위한 노력에 용기를 실어 봅니다.


지치고 불안한 늦은 새벽의 나는 다정히 잠재우고, 이른 새벽의 나른한 중 몽상을 가득 안고 깨어난 나를 마주하려 만남 시계를 늦춰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