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에 따라 걷는 마음

경칩 - 겨울잠을 자던 만물이 조용히 깨어나 봄을 마주하듯이

by 삶예글방



절기에 맞추어 걸어본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 어김없이 ‘아주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세계로: 절기 따라 걷기’ 최예슬 작가님의 책을 펼쳐본다. 해마다 찾아오는 스물네 개의 절기이지만 이번에는 또 어떤 절기에 맞게 걸어볼까 고민을 하며 펼치는 책이다.


처음 강릉에 혼자 여행을 갔을 때, 서점 ‘한낮의 바다’에서 선물과도 같이 발견한 책이었다. 느린 마음으로 거닐던 강릉에서 절기에 따라 걷는 마음들을 마주하게 된 책이다. 지금은 봄의 세 번째 절기 ‘경칩’을 앞두며 책을 펼쳤다.


이번에는 또 어떤 마음으로 절기를 맞이해야 할까?


어느덧 3월이 되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을 지나, 봄이 되어 눈이 녹아 비로 내리는 우수의 절기 또한 건넜다. 경칩은 땅 속에서 겨울잠 자던 동물들이 꿈틀거리는 절기다. 겨울잠 자던 동물들과도 같이 꿈틀꿈틀 마음속에서 여러 다짐들이 일렁이기 시작한다.


한 해를 시작하고 맞이하는 첫 달인 1월. 무언가를 섣불리 시작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2월은 겨울잠 자듯이 나의 몸도 마음도 유독 느려진다. 새해 다짐은 왜 항상 2월을 채 넘기지 못할까. 어느덧 새해 다짐을 세우지도 않은 채, 그저 굵직하게 이루고 싶은 목표들만 나열하며 2월을 보냈다. 어쩌면 2월은 우리에게 주어진 합법적 유예기간일지도 모른다. 3월에 하면 되겠지 – 라며 모든 것들을 유예하며 나에게 여유로워지는 한 달이라는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맞이한 3월은 모든 것들이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고 – 3월이 되어서야 새로운 한 해를 비로소 맞이하게 된다. 얼어붙어 있던 땅들의 생명들이 꿈틀거리듯이 나의 마음속에서도 여러 생각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아직 오지 않은 먼 미래를 바라보며 기대하기도 하고, 또 한 해는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막연함 속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한다. 꿈틀거리는 마음들 사이에서 이번 한 해는 유유히, 나의 속도대로 걸어가 보자고 다짐해 본다. 절기에 맞추어서 말이다. 느리게 모든 계절의 변화들을 음미하며 걸어가고 싶다.


절기에 맞추어 걷는 마음은 무엇일까? 모든 게 바삐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유유히 절기에 맞게 속도를 늦추어 걷겠다는 다짐과도 같다. 봄에는 새순이 하나둘씩 돋아나는 것과도 같이 마음을 유심히 들여다보기도 하고, 여름에는 짙어진 초록 속에 나를 맡겨 보기도 한다. 가을에는 알록달록 물들여가는 단풍잎들과도 같이 마음도 함께 익어간다. 겨울에는 고요하게 겨울이 오는 소리에 집중하며 한 해를 마무리한다.


이번 한 해는 유독 계절과 함께, 절기의 흐름에 귀를 기울이며 걸어가고 싶다.


경칩.


겨울잠을 자던 만물이 조용히 깨어나 봄을 마주하듯이

나도 유영하던 마음들을 건져 올려 천천히 땅을 딛는다.









시원 작가소개 최종.jpg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