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쳐 보셨을까요?

느리게 쳐야 할 진짜 이유가 있습니다.

by moonterry
‘처음에 곡을 배울 때, 틀리지 않으면서 친 후 서서히 속도를 높이라’

‘빠르게 치는 것에만 집중해 다른 모든 요소를 무시하기보다, 느리게 쳐서 곡에 쓰인 모든 요소들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체크해라’


이 연습 방법은 어딜 가든 간에, 통용되는 방법일 것입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 봐도 맞는 말입니다. 세부 사항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전부 다 표현할 수 있다면, 그만큼 음악이 풍부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해보면 쉽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곡을 익히는데 집중하면 느리게 칩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점차 속도를 늘립니다. 이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빠른 속도에 익숙해진 후, 곡을 재점검하기 위해 느리게 치는 것이 쉽지 않게 됩니다. 일례로 첫 페이지를 칠 때 ‘느리게 쳐야지!’라고 생각하고 천천히 칩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속도가 빨라집니다. 그리고 점점 잘못된 음들을 많이 연주하곤 합니다.


궁극적으로 왜 그럴까요?




우선 속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를 살펴봐야 합니다.


속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한다는 것은 피아노를 치는 데에 있어 통제력을 지니고 있단 뜻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원하는 순간에 빠르게 치거나, 느리게 치기 위한 몸의 반응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몸의 반응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몸의 반응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알렉산더 테크닉의 설명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디렉션 (direct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디렉션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디렉션이란?

‘인지적 메시지+공간적 방향성’을 동시에 가지는 언어 정보로서, 무의식적인 습관적 행동이 몸감각적으로 수정되어 본래의 올바른 몸의 상태를 되찾게 해 주는 의식적인 생각


그리고 프레드릭 알렉산더는 이 디렉션이라는 개념을 통해 사람들이 왜 인체를 사용하는 데에 발생하는 문제를 고치는데 매우 어려워하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기억할 사항은,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자신을 사용할 때 주는 디렉션은 습관적이고 본능적이므로, 무언가를 하려는 자극에 대한 반응에 동의가 이루어지면, 즉 만족스러운 수행을 위해 인체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디렉션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으면, 말하자면 ‘본능적으로’ 수행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 말을 응용해 피아노를 치는 속도를 통제하기 어려운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피아노를 칠 때 개인마다 습관적이고 본능적으로 이뤄지는 디렉션이 있습니다.


: 이 경우 피아노를 칠 때 자신만의 감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 무언가를 하려는 자극에 대한 반응에 동의가 이뤄진다. (***) 말하자면 ‘본능적으로’ 수행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 피아노를 치는 그 감각 자체에 동의가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건반을 치는 감각’에서 비롯되는 자극을 받아들이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 빠르게 치는 것에 익숙해지면, 그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고 싶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계속 빠르게 치려고 시도하게 됩니다. 즉, 빠르게 건반을 누르는 감각에 지배당하여 속도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통제가 될까요? 바로 느리게 치면서 올바른 감각을 훈련해야 하는 것입니다.


3) 만족스러운 수행을 위해 인체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디렉션을 전혀 염두 해두기.


: 피아노를 칠 때의 올바른 감각/몸의 상태를 되찾는 의식적인 생각을 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 달리 말하면, 빠르게 치면서 아무 음이나 누르는 익숙한 감각 대신 느리고 정확하게 치는 의식적인 생각을 내려 올바른 감각을 되찾는 것을 연습해야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느리게 치면서 연습해야 하는 진짜 이유입니다.




여러분들은 피아노를 칠 때 느리게 연습하면서 이완되는 감각을 연습할 건가요?


다음 글로는 피아노 하면 결코 빠질 수 없는 단어인 레가토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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