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노도의 시기 - 두 번째 20대 이야기

좋은 것만이 마냥 좋지는 않더라.

by moonterry

흔히들 사춘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지만, 내 경우에는 20대가 그러했다.


그 당시에는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하게 하는, 좋아하는 것들‘만’ 하려고 애를 썼다. 20대 초반에는 한의학을 좋아해서 그것을 한의대에 어떻게 가보려고 했고, 그도 안 되어 피아노에 빠졌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 인생이 풀리리라 굳건히 믿었다. 실제로 책으로 그런 케이스를 많이 접했기 때문에 나 또한 책을 그대로 따라서 하면 그리 되리라 믿었다.


하지만 삶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다.

또한 감정적으로 좋은 것만 하려고 시도하다 보니, 그 밖의 모든 것을 왜곡해서 바라보았다.

예를 들어서 앞서 말한 한의대 합격을 바랐던 것. 10대에 한의학에 매력을 느껴서 한의사가 되길 바랐다. 하지만 첫 번째 수능 시험에서는 택도 모자란 점수를 받았고, 그 점수에 맞는 대학에 입학했다. 나름 괜찮은 대학인 것은 맞지만, 한의학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 반수와 편입 시험을 시도했다. 하지만 안 되었다.

이 때 정말 한의대를 원했다면, 한의대에 합격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충분히 알고, 제대로 된 전략을 짰어야 한다. 수능 시험을 치를 때도 특정 점수를 얻기 위해서 하루에 얼마나 공부해야 하는지, 수능 시험 출제자의 의도에 대해 파악하는 것, 현재 점수를 기반으로 얼마나 더 올려야 하는지, 공부 방법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이 필요했다. 현재의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조금씩 준비해 갔어야 한다. 나의 감정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판단을 내렸어야 한다.


그래도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결정적으로 영혼이 진정으로 원하는지, 이를 물어봤어야 한다. 단순히 멋있어 보이기 때문에 그것만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 정말 많이 발생한다고 한들 그 직업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말이다. 그리고 설사 안 되더라도 한의사가 되길 원하면 다른 방법도 나한테 주어지리라 알았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모두 무시한 채로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분명히 이것이 될 거야!’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감정에 의해서 의사 결정을 내리고 있었고, 현실을 바라보지 않은 채 점점 스스로 고립되게 ‘만들었다’.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해선 안 될 것’이라는 것을 조언해주고, 다른 방향을 살펴볼 기회를 줬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싫어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를 내포했기 때문에 한사코 거부했다.



지금 보면 싫어하는 것을 한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영혼에 가장 적합한 것을 얻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망의 뜻인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보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전제로 가진다. 이는 중립적인 의미에 가까운데, 원했던 것보다 훨씬 굉장한 것을 얻을 수도 있거나 아니면 더 안 좋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감정에 의해 왜곡되지 않았으면, 20대에 한의사라는 직업보다 더 굉장한 것을 얻을 기회가 주어졌을 것이다. 다만 얻는 과정에 있어서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수용해야 했다.

현재는 어떤 상황에 의해 긍정적/부정적 감정이 올라올 때에 어둡고, 나 혼자만 있는 공간으로 가서 조용히 감정을 살펴본다. 모든 감정에 대해서 수용하고, 그것이 생기게 된 원인을 살펴보고 감정과 인사한다.


‘안녕, 나의 감정아? 네가 잠시 내 몸에 머물다 가고 싶구나. 그래 머물다 가렴. 감정아, 어차피 내 것도 아닌데 뭘, 너를 붙잡으려고 애를 써야 하니? 잘 머물러 있다가 지나가렴.’ 이렇게 주문을 외운다. 그러면 대체로 하루 안에 감정이 정화되면서 스스로 환기되고 깨끗해진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다시 상황으로 돌아가면, 전체 판이 더 잘 보여서 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설사 원치 않는 시나리오가 와서 감정이 아주 극에 치밀어 올라오더라도 이렇게 생각한다. ‘영혼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한 단계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구나!’ 그러면 홀가분하게 하루를 사는 것이 쉬워졌다. 아직 어설프기 때문에 많은 연습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진정으로 바라는 것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감정을 환기하고 현실에 기반에 상황을 바라보는 것. 이 귀중한 것을 20대를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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