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돈! - 세 번째 20대 이야기
돈을 깨끗이 대하지 못하다
by moonterry Jul 30. 2022
돈을 증오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돈을 증오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단지 평생 피아노를 친다고 하면 돈을 추구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오해했다. 돈을 추구하는 것과 돈을 좋아하는 것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정말 돈에 대한 감각이 심각하게 없긴 했다. 그저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닥치는 대로 샀다.
특히 먹는 데에 엄청나게 돈을 많이 썼고, 치킨, 카페에서의 차/케익, 밥도 좋은 것만 먹었다. 얼마나 썼는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대학교 초반에는 이런저런 장학금도 받았기에 돈이 어느 정도 있었는데, 도리어 그 돈을 홀라당 다 날려버렸으니 말이다.
이때 ‘배부르게 살아서 세상물정 아무것도 모른다’고 정말 많이 들었다. 돈을 버는 것이 힘들고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는 완전히 동의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돈에 대한 관리를 전혀 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그저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된다는 고집 때문에 더욱 이 말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돈을 처음으로 벌었던 시기는 대학교 2학년 때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다. 20대니까 성인이고, 혼자서 돈을 벌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20대에 독립해서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멋지게 보였다. 그 밑에는 엄청난 노력이 뒷받침이 되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나의 육체노동으로 힘들게 돈을 벌었으면 나한테 진짜 필요한 곳에 썼어야 하는데, 오로지 먹는 데에만 다 썼다.
돈 쓰고, 버는 방식에 대한 점검을 전혀 체크하지 않았으니, 돈을 모으긴커녕 거지가 되는 게 당연했다. 그것 때문에 엄청나게 혼났고, 나도 모르게 돈에 대해 서서히 증오감을 키웠다.
거기다 피아노 공부를 하면서 ‘돈을 추구하면 안 된다’라고 얘기를 들었다. 이 말에 대해서 오해를 매우 심각하게 했고, 돈과 최대한 멀리 하기 위해 돈에 대한 증오감을 키웠다.
그렇지만 20대 중반에는 주식 공부를 하면서 돈에 대한 시각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동시에 돈 공부를 했는데, 거기서도 배운 것이 많았다. 나열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욕심을 부리지 말기
2) 전체를 볼 줄 아는 시야를 키우기
3) 운구기일. 운이 아홉이고 나머지가 일이다. 즉 운이 거의 전부다.
4) 최악의 상황에 대해 항상 대비하라
5) 돈은 에너지다. 산에 들어가서 도인처럼 사는 시대는 끝났다. 물질과 정신, 둘 다 풍요를 느끼는 것이 진정한 부자다.
그때는 아직 일정한 수입이 없었지만, 기본적인 부분들을 차근차근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돈에 대해 시각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주식에 대해서 공부를 했어도 여전히 돈을 부담스러워했다. 누군가 아무런 사심 없이 돈을 준다고 한들 매우 불안해했다. ‘나를 이용해 먹으려고 한다’는 착각에 빠졌고, 나의 힘으로 돈을 벌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치부했다. 나를 풍요롭게 만들 에너지를 내 손으로 거부한 것이다. 더군다나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하니 정말 돈을 깨끗하게 대할 수 없었다.
그러다 2019년 즈음, 거의 모든 것을 잃게 된 사건을 겪고 나서야 알았다. 10년 간 돈을 더럽게 대했고, 부담스럽게 대한 대가로 그런 결과가 나타났다고. 다행히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서 회복하는 과정에 있고, 동시에 돈에 대한 가치관을 바꿔가고 있다. 그리고 돈을 쓰는 연습과 돈을 버는 연습을 해가고 있다.
아직 증오감을 완전히 없앴다고 할 순 없다. 괴롭게 만드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돈을 최대한 깨끗하게 대해야 함을 이제야 좀 알겠다. 동시에 깨끗한 돈을 추구해서 진짜 풍요를 누리고 싶다는 그 희망의 찬가가 실제로 이뤄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생겼다.
만일 돈이랑 대화할 기회가 생긴다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돈아, 그동안 너를 괴롭혀서 미안하다. 이제부터는 내가 너를 괴롭힌 시간만큼, 너를 진정으로 깨끗하게 대하고 순수하게 너를 대할게. 물론 여전히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너를 아껴주고 가꿔줄 것이라는 사실은 알아줬으면 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