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이 지닌 진정한 의미
훈련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답하기 전, 훈련이라는 의미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훈련 (訓鍊)이란 단어에서 '단련할 련' 자를 해석하면, '쇠를 녹여 담금질을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이 단어를 보며 명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검을 만드는 과정을 찾아봤고, 크게 4가지 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1) 쇠가 2000도가 넘는 온도의 용광로 속에 들어가 녹는다.
(2) 적합한 틀 (거푸집) 속에 들어간다.
(3) 식히고 난 후에는 계속 망치질을 통해 형태를 갖춘다.
(4) 단 하나밖에 없는 명검으로서의 증명을 위해 추가 장식을 하고 세상에 나온다.
이를 피아노 테크닉에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았습니다.
(1) 피아노 앞에서 수많은 시간을 보내며 연습한다.
(2) 피아노 테크닉만을 바라보는 삶에 틀을 맞추고, 그 밖의 것들은 버린다.
(3) 일정 수준의 단계에 이를 때까지, 혹은 자신이 원하는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세부 사항을 다듬는다.
(4) 곡을 연주하며 자신만의 음악을 보여줄 수 있도록 세상에 드러낸다.
이렇게 보면 굉장히 겁먹기 쉬울 겁니다. 훈련이 가혹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굳이 피아니스트가 아니더라도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라는 의문도 지니실 겁니다. 사실 궁극적인 목표가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뉘앙스에는 차이가 생깁니다. 그러나 과정을 하나씩 면밀히 보면 정도의 차이일 뿐, 거의 동일한 흐름을 거치게 됩니다.
그렇다면 훈련을 하는 의의는 무엇일까요? 궁극적으로는 '잘하고 싶기 때문에, 하고 싶기 때문에'일 겁니다. 그렇지만 조금 더 세부적인 이유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 3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 최소의 에너지로 최대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 무얼 하든 간에 처음에는 역설적으로 더 많은 애를 써야 합니다. 알렉산더 테크닉의 Doing 개념만 보더라도, 불필요한 동작들을 동원해서 무언가를 해내려고 잔뜩 힘을 쓰는 과정을 거친다고 표현됩니다. 하지만, 올바르게 훈련할수록 점차 불필요하게 들어가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인식의 영역이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역설적으로 목표를 이루기 쉽게 됩니다. 실제로 피아노 테크닉을 훈련하신 분들은 곡을 치기 쉬워졌다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 다른 분야의 예를 들면 피겨스케이팅 올림픽 챔피언인 김연아 선수를 보시면 됩니다. 3회전 점프를 처음 뛰기 시작했던 경기와 마지막 선수 때의 경기를 보면 점프나 스케이팅의 느낌이 완전히 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김연아 선수도 지속적인 올바른 훈련을 통해 점차 Non-doing의 영역으로 옮겼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똑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그에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하며 편안하게 수행했다는 의미입니다.
둘, Comfort Zone을 넓히기 위해서다.
: 피아노를 치는 데에 있어서 에너지가 비교적 적게 들면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곡의 패턴, 악보에 쓰인 지시어들의 의미, 작곡가의 의도 등이 좀 더 잘 보이게 됩니다.
: 또한 피아노 치는 것에 한하지 않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수도 있습니다. 음악의 새로운 분야들, 다양한 음악을 듣는 훈련 /새로운 곡들을 익히기 위한 초견 훈련 / 조를 옮기는 전조 연습 등 훈련하고자 하는 범위가 더욱 넓어지게 됩니다. 또는 피아노 테크닉이 결국 신체의 이해를 수반하므로, 다른 운동에 있어서도 좀 더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만 하더라도, 알렉산더 테크닉을 비교적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던 이유도 피아노 테크닉의 훈련과 유사한 맥락을 지닌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셋, 통제력을 갖추기 위함이다.
: 통제력을 갖춘다는 의미는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훈련이 가져오는 어려움 중 하나는 자신의 뜻대로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하지만 마음이 급해집니다. '빨리 실력이 늘어야 한다, 원하는 대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이러한 생각 때문에 심리적으로 자책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훈련을 시작하거나, 아직 미숙한 사람들은 '나는 안 된다'라고 단정 지어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 훈련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사람들이어도, 아니 이 자체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어도 이 위기를 넘기는 데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하지만 이 분들은 '이것이 지극히 자연스럽다'라고 인정하고, 해야 할 일에 다시 집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마음 또한 언제나 항상 급하고, 불안하고, 초조함이 있음을 그대로 수용합니다. 그렇다고 이에 주도권을 넘기지 않고, 해야 할 것을 하는 것입니다.
피아노 테크닉 혹은 알렉산더 테크닉이 아니더라도, 다른 분야의 정점에 올라간 분들의 이유를 들어보면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어떤 분은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서' 훈련하는 것일 수도 있고, '습관적으로 하게 되는 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각자의 이유에 따라 훈련을 지속적으로 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훈련에서 비롯된 달콤한 결과를 즐기는 것이지요.
여러분들은 본인만의 훈련하는 이유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