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이적 - 이상해

[J] 카페, 집필, 성공적

by 이허생


쓰기 위해 쓰는 휴가는 독립출판물을 만들기 위해 떠난 집필 여행의 기록입니다. [J]와 [ㅈ]가 함께 쓰는 글이라, 같은 제목의 글이 두 편씩 업로드됩니다. 에피소드 제목은 그날을 가장 잘 담은 노래이니 들으며 읽으시길 권합니다. - ㅈ


집에서 뒹굴거리다 저녁이 돼서야 글을 쓰기 위해 카페에 갔다. 물론 하루의 대부분을 뒹굴거렸다는 말이지, 저녁까지 뒹굴거리기만 했다는 건 아니다. 토스트와 콘스프, 계란후라이로 아침을 거나하게 해결했고, 쌓인 설거지도 쁘싯쁘싯 했다. 뒹굴거리긴 했어도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타입인 나는 정해진 시간에 낮잠도 잤다. 해가 지고, 이대로는 소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노트북을 챙겨 숙소를 나섰다.


카페로 가는 길에 깨져 있었던 내 아이폰 액정을 고쳤다. 돈 아깝고 귀찮아 미루고 미뤘던 게 6개월이었다. 수리비 18만 원을 내는 손끝은 떨렸지만, 액정 교체는 긴 시간이 무안할 정도로 간단히 끝났다. 지지직거려 애먹이던 이어폰 잭도 손봤다. 대빵만 한 먼지가 문제였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자면, 이어폰 잭에서 고양이가 나오는 줄 알았다. 기념품으로 먼지를 챙기고 싶었지만 J가 이상하게 생각할 거 같아 관뒀다.


광화문 한적한 카페에 자리를 잡은 우리는 글을 폭풍처럼 썼다. 간혹 눈으로 사인을 주고받은 시간을 제외하면 정말 글 만 썼다. 하루에 한 편 쓰기도 버겁게 느껴지던 브런치 글을, 나도 J도 앉은자리에서 무려 두 편이나 해치웠다.


"카페 오니까 되게 잘 써진다."


J가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집에서 카페로 공간이 달라졌을 뿐인데 놀랍도록 글이 잘 써졌다. 문득, 나는 전에도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사는 집으로 막 이사했을 무렵. 집에서도 글을 곧잘 쓰곤 했었다. 그 불편한 좌식 책상에 앉아 어떻게 글을 썼을까. 신체적으로 2년이나 젊었음을 감안하더라도 거기에 앉아 두세 시간을 너끈히 썼었다는 건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다. 그때의 집은, 글을 쓰기에 그 자체로 부족함이 없는 공간이었다.


그러길 6개월. 점차 집에서는 글을 쓸 수 없게 되었다. 익숙해져서 긴장감이 풀리기도 했고, '먹고 자는 생활공간'이라는 인식이 확고해진 탓이다. 책상 앞에 앉으면 허리가 쑤시고 엉덩이가 배겼다. 2년 만에 폭삭 늙어서 그런 게 아니고(제발 아니라고 해줘), 집중이 안 되니 엄한 이유를 찾게 된 것이다. 결국 글을 쓸 때마다 가까운 카페 스탬프를 열심히 모을 수밖에 없었다.


단 4일이지만, 이제는 숙소가 그런 공간이 돼 버린 것 같았다. 며칠간 숙소에서 엄청난 시간을 보냈었고, 이 공간이 마음에 쏙 들어 눈에 금방 익혀졌으니 그럴 법했다. 여행지에서 생활공간이 된 것이다. 2년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나 혼자가 아니라 J가 함께라는 것 정도.


우리의 숙소가 이렇게 된 것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선뜻 판단이 서지 않지만, J와 내가 같은 공간에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게 됐다는 것만큼은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넓고도 넓은 세상 안에 그 많고도 많은 사람 중에
우리 둘이 함께라는 게 그럴 수 있단 게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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