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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원PD Nov 02. 2020

때로는 비 오는 11월의 운동장

세상은 운동장, 비가 만든 교차로

11월의 첫날, 어제, 일요일. 야구와 축구의 교차로에서 비는 묘한 풍경의 차이를 만들었다.

야구 정규시즌이 끝나고, 와일드카드 1차전이 예정됐던 어제 잠실, 내리는 비에 기다림은 길었다.

되도록이면 일정에 맞춰 포스트시즌의 첫 경기를 치르려 했던 KBO, 하지만 끝내 하늘은 웃지 않았다.


고척에서 비와 상관없이 포스트시즌 전 일정을 치렀으면 어떠했을까, 라는 비난이 이어진 11월의 첫날.

결국 와일드카드 1차전은 월요일로 밀렸고 일요일의 야구는 비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잠실의 야구가 비로 인해 아쉬움을 남겼다면, 전주에서의 축구는 비로 인해 아쉬움을 극대화시켰다.

전북 현대가 스스로 자력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던 일요일 오후, 전주성. 비는 그치지 않고 이어졌다.

대구와의 리그 최종 맞대결, 축구의 특성상 비와 상관없이 펼쳐졌고 전북은 승리로 우승을 확정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는 전북의 역사적인 우승만큼이나 K리그에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순간이 함께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전설, K리그에 오래 기억될 이름, 이동국의 은퇴식을 겸해서 펼쳐졌던 리그 최종전.

소속팀의 승리와 우승으로 결말에 이른 경기 내용만큼, 내리는 비는 이 경기를 더욱 비장하게 만들었다.

11월에 비 내리는 날이면 쉽게 라디오에서 들을 수 있는 노래, Guns N Roses의 November Rain처럼...

아쉬운 이별이 함께했고, 외로운 기다림과 영원한 것 없는 모든 것들의 덧없음이 운동장에 함께했다.

그 묘한 감정의 떨림은 한 선수와의 이별이 있던 축구의 리그 최종전에 비장할 정도로 함께 했다.

또, 미묘한 아쉬움과 서운한 마음은 끝내 만나지 못하고 밀려버린 야구 와일드카드 첫 경기에도 함께 했다.


비와 익숙한 계절은 아닌 가을과 겨울 사이.

11월의 첫날, 운동장을 적셨던 빗줄기. 그 사이 든 아쉬움은 그 종류와 크기, 또 형태는 매우 달랐을지언정,

팬들에겐 순수한 아쉬움으로 함께했다. 그리고, 뭔가 아득해지는 마음과 함께 조금은 멀어져 간다.


와일드카드는 결국 하루 밀려 오늘 치러진다.

K리그도 아직 ACL, 또 2부 리그 일정과 플레이오프를 남겨두고 있다.

궁극적으로 다가오는 봄이면 모든 것들은 다시 다 돌아온다.

이별의 아쉬움이 무색할 정도로 시작의 활기찬 기운과 함께.

우린 그 순간이 되면 다시 생기를 찾고 흥겹게 운동장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비 내리는 늦가을에 든 알 수 없는 서운함과 아쉬움. 그 익숙하지 않은 감정과 함께 한 운동장의 풍경.

이 모든 것은 또 한 번, 우리가 사는 세상에 얼마나 많은 운동장이 함께 하는지 느끼게 한다. 세상은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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