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석원PD Mar 03. 2021

야구가 돌아온 봄, 중계를 만나다

5년 만에라팍 중계,대구MBCX삼성라이온즈

야구가 돌아왔다, 도대체 이 이야기는 앞으로 이 봄이 깊어지도록 몇 번을 더할까?

스프링캠프의 시작, 그리고 연습경기의 순간에도 쓴 돌아온 야구, 혹은 야구의 봄.

이제 다가오는 시범경기와 KBO리그 정규 개막까지도 이 표현은 지속적 반복 예정!

그 "돌아옴"의 강조 사이에는 분명 길었던 "기다림"에 대한 깊이를 담았던 건 아닐까?


극명하게 많은 경기로 긴 시즌을 보내는 프로야구, 거의 매일 펼쳐지는 페넌트레이스.

일상적이라는 야구의 특징 탓에 아마 이 기다림의 시간은 더 길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기다림의 시간이 유독 길었던 한 채널, -완벽한 멀어짐이라 할 순 없다.-

TV 속 야구만큼은 참 오랜만에 만나야 했던 대구MBC에서 오랜만에 야구중계를 했다.

비록 정규시즌이거나 시범경기는 아닌, 연습경기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TV 야구중계,

중계로는 라디오가 전부였고, 취재와 여러 제작물 사이에도 TV 생중계는 아득했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교차하고, 최근에는 축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역 연고지라는 개념이 있다면, 반드시 그 지역에는 또 지역의 방송이 있기 마련.

우리팀이라는 가치를 담을 수 있는 프로스포츠에서는 드문 영역의 지점이 지역방송,

야구가 돌아온 봄마다 멀었던 그 영역에 오랜만에 닿았던 시간은 소중하게 남았다.


물론, 오랜만에 하는 중계의 시간에는 어색함과 부족함이 있었다.

변화하는 세상 사이에 진화한 최근의 방송 흐름을 따르기엔 역부족이란 생각도 들었다.

꼭 지금 이 시점에 이 콘텐츠가 적절한 선택이었는가, 에 대한 고민도 아직 남아있다.

예정보다는 쉽지 않다는 걸 느끼기도 했고, 익숙하지 않음에 실수도 많았단 후회도 든다.

야구중계라는 걸 처음 하며 들었던 여러 어려움과 고민들도 살짝, 스쳐 지나갔다.

빠르게 변화하는 방송 환경과 업무적인 상황의 장벽들은 다음 주 중계에 고민으로 남았다.

무엇보다 긴 시간, 중계차에 앉아 견뎌내는 것이 과거보다 이토록 힘든가, 약간 서글펐다.


하지만.

그 모든 걸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 야구라는 콘텐츠를 만나는 그 두근거림,

야구장에서 처음 중계할 때 느꼈던 그 감정과 비슷한 느낌들이 오늘 중계엔 함께했다.

제작자로서의 신중함도 필요했지만, 야구소년의 떨림이 오늘은 더 앞섰던 것, 같다.


어디까지나 이 모든 것들은 일. 그러나 내가 이 일을, 스포츠라는 걸 좋아하는 건...

결과적인 완성도나 수준 높은 경기, 대단한 성취감이나 결과물에 높이에 있지 않다.


그저 좋아하는 종목을 보며, 일할 수 있는 2~3시간의 감정들.

중계를 준비하며 보내는 1~2주간의 기다림에 대한 설렘들.

다큐멘터리나 각종 프로그램을 만들며 바쁘게 하르는 시간의 기억들.

이 모든 날,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그 작은 흔들림에도 가슴이 뛰기에 좋았던 거다.

실로 오래간만에 그 감정들을 잔뜩 만날 수 있었고, 그 시간은 나에게 봄이었다.


다음주에도 야구중계가 있다. 내일은 축구 특집이 있다. 바쁘지만, 이 시간은 눈물겹게 소중하다.



작가의 이전글 [스타디움 미디어]왜, 쓰게 된 걸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