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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원PD Feb 06. 2022

야구를 이야기한다는 것.

[삼성라이온즈 X 대구MBC = 스프링캠프 X 시사톡톡]


해마다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건 참 어려운 노릇이다.

기본적으로 "경기"에 근거한 "시즌"을 관통하며 기사를 쓰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입장,

그런 만큼 그 과정을 준비하는 "스프링캠프"의 시간은 뭔가 이야기를 짜내야(?) 하는 시간이다.

해외 전지훈련을 가는 경우는 그래도 그나마 뭔가 이야기감이 선명하게 나오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때는 미쳐 알지 못했던 진리였지만.-


2월이면 늘(?) 오키나와를 향하던 시간이 이어질 때, 그 시간은 그저 일상에 불과했다.

특집이라는 이름으로 제작하는 시즌 개막 방송, 전지훈련의 취재는 갈수록 관성적으로 변해갔다.

새로운 상황이 크게 없는 캠프, 새 얼굴들과 주목할 선수들을 인터뷰하고 연습경기를 찍는다.

일본 팀과의 경기는 그나마 시즌 중에 볼 수 없는 색다름이랄까.. 나머지는 지루했다.


겨울의 끝자락, 꽤 추운 날들이 이어지던 2월에 남쪽 작은 섬나라는 노곤할 만큼 따뜻했다.

그 제작은 늘 새로움에 대한 고민을 안겨줬고, 그래서 그 과정은 즐거움보다 피로함이 더 컸다.

선수들도 어쩌면 시즌보다 더 지루하고 피곤한 시간, 취재도 비슷한 과정으로 반복된다.


저녁이면 숙소 인근에 작은 술집에서 맥주나 전통 소주를 마시며 야구를 이야기하는 것,

그나마 '뭔가 집을 떠나 해외에서 쉬는군.. '하는 순간은 그 정도라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코로나19 이전까지, 그저 일상과도 같았던 야구기자들의 2월. 하지만 최근 2년간 겪지 못한 일상.


그땐 미쳐 알지 못했던 나름의 일상에 대한 소중함. 항상 평범한 소중함은 그땐 잘 알지 못한다.

꼭 그곳에 다시 가서 같은 추억을 반복하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날들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 아득함과는 무관하게 일상은 이어져야 하고, 우리의 삶은 변함없이 오늘도 펼쳐진다.

야구기자의 시간도 마찬가지, 해외 전지훈련이 없다고 스프링캠프가 사라진 건 결코 아니다.

국내에서 어쩌면 더 치열하고 처절하고, 당연하게 더 춥고 힘들게 펼쳐지는 캠프는 시작됐다.

그리고. 그렇기에 오히려 팬들의 궁금증은 더 커졌고, 더 가깝기에 더 많은 것들을 해야 한다는 것.

시즌 중에는 더 그렇겠지만, 개막을 앞둔 캠프의 시간이라도 해도 선수들의 시간은 매우 쉽지 않다.

아직까지 그 어떤 것도 드러나지 않은 상황을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심지어 스포츠채널도 아닌 데다, 야구 전문 프로그램도 아니라는 점에서 방향에 대한 고민은 깊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준비하며 과연 이런 기획과 접근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 당연히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고민을 뒤로하고 일단 방송을 준비하고 펼쳐 보이며 가슴은 두근거린다.

일단 야구가 느껴진다는 것, 야구 개막이 다가왔다는 것, 야구장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것만으로도...

내용은 부족함이 있고, 기대엔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야구를 느낄 순 있는 시간이 될 듯하다.

일요일은 뭔가 "야구"와 어울리는 요일, 아니던가? 본방을 놓치셔도 "유튜브"에서 함께 한다는 거.


개막, 저 멀리 있는 듯했던 야구의 시간이 어느덧 성큼 찾아왔다.

자. 다시 시즌 개막이 다가온다. 모두의 "기대"와 "희망"만 가득한 그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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