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어제 자다가 막 '으으으-' 이러더라?"
"어. 알아."
"알아?(아는 거 웃김) 왜 그랬어?"
"나쁜 놈들 때문에. 계속 쫓아와서."
"여차하면 날면 되지 뭘 '으으으'거리고 있어?"
"나 날 줄 몰라."
"날 줄 모르면 그냥 눈을 확 떠서 깨면 되잖아."
"꿈속에서 한참 꿈꾸는데 눈을 어떻게 확 떠...(절레절레)."
남편은 꿈에서 날 줄을 모른다고 했다.
내가 이상한 가 아직 주변에 물어보진 않았다. 경험상 아마 그럴 확률이 높다.
오늘 아침 선잠 속 분홍 솜사탕 노을이 유난히 예쁘길래 한참을 실실 웃으며 날다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셀카를 찍어 남편에게 보내주었다. 현장감을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일부러 주변 기물을(송신탑) 활용해서 찍었다. 남편이 부러워했다. 그런 그가 짠해서 강의를 해줬다.
1. 마음 준비
1). 나는 무게가 없는 존재다.
2). 나는 언젠가 날아본 적이 있다.
3). 언젠가 날아 봤으므로 지금도 날 수 있다.
4). 1) - 3)을 믿는데 그치지 않고 사실로 받아들인다.
2. 몸 준비
1). 100미터 달리기를 제자리에서 한다고 생각하고 발을 굴린다.
2). 3초 정도 지나면 몸이 뜨기 시작한다 (이륙에 3초 정도 걸리고 처음엔 아주 느리게 뜨기 때문에 나쁜 놈이 쫓아오는 상황에서는 최소 10초 전에 시동 걸어야 함. 가끔 늦게 걸면 공중에서 발목 잡힘).
3). 몸이 충분히 뜰 때까지 발 굴리기를 계속하다가 안정권에 접어들면 팔만 가끔 휘저어준다.
3. 추락 시 다시 뜨는 법
1). 잘 날다가도 '어! 내가 지금 날고 있네!'라는 생각이 들면 추락이 시작된다.
2). 다시 '1. 마음 준비'의 전 과정을 반복하며 발 구르기와 팔 날갯짓을 겸행한다.
4. 착지
1). '착지해야지' 마음먹고 가만있는다. 그러면 서서히 내려간다.
2). 착지하고 싶은 지점을 계속 바라보며 팔로 미세 조정을 한다.
5. 고수들은 1-4의 과정을 모름으로 그냥 난다.
나름 40년 노하우를 전수했는데 남편은 여기저기 픽픽 터지더니 이내 심드렁.
그는 고집이 센 스타일이라 아무래도 쉽게 배울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가르쳐 줄 생각이다. 꿈에서 나는 건 극강의 자유함을 선사할 뿐 아니라 꿈에서 자주 쫓기는 현대인에게 유용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 예민해서 불안지수가 높았던 나는 날아다니는 것에서 큰 위안을 얻었기에 일부러 자기도 했다.
그때는 나를 참 자유자재로 썼던 것 같은데 지금은 모르겠다. 나이 들면서 눈빛이나 안 흐려지면 다행. 참고로 노후 계획의 큰 줄기 중 하나다. 피부관리 말고 눈빛관리.
다음번엔 꿈에서 눈 확 뜨는 법을 가르쳐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