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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손님 맘

by ACCIGRAPHY


글씨를 오로지 재미로 쓰는 나는

길에서 사람들이 얼마냐고 물어보면

마음대로 달라고 했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배려랍시고 한 말이었는데

듣는 사람은 배려를 받는 느낌보다는

곤란한 숙제를 받은 표정이었다.


짓궂었던 어린 나는

그게 재밌어서 그렇게

계속 손님 맘이라고

한 3년은 했던 것 같다.




글씨가 담긴 종이 조각을 건네주며

천 원도 받아보고

오백 유로도 받아봤다.


천 원과 오백 유로 사이

내 글씨에 매겨졌던

모든 숫자들이 불러일으키는

숱한 감정을 통과해 나가며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예전에는 타인의 평가에 연연했다면

요즘은 타인의 평가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곤 무시하거나 받아들인다.






<브루게(Brugge)에서 만났던 손님인데 이 손님은 나에게 20유로를 주셨고, 동네 홍합찜 맛집도 소개해 주셨다. ACCI CALLIGRAPHY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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