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by 각두건


한 손에는 부채를

한 손에는 흰 천자락을 쥐고

부채 살 위를 휘청휘청 걷는 저 이 좀 보게


두 눈을 가리고도 뭐가 좋다고

감은 눈 위에 번질 핏빛 일출을 향해

환한 님 있을 끝을 향해 가네


그러다 붉은 옷자락이 휘영청 넘어가면

보름달 아래 까맣게 물든 날개가 퍼덕이고


그래도 좋다고 허허실실

다 죽은 고목 같이 갈라진 손 끝 여며쥐고

마른 가지 탄 내가 날

그 님 볼을 쓰다듬으러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