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에 대해 글을 쓴다면
낯설고도 익숙한 너에게
사랑을 했다.
또?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유구하게 사랑이 많은 사람이니까.
그는 찬란한 사람이다.
따지자면 그가 좋아하는 '빛 축제' 같은 사람이다.
화려하고 다채롭고 눈부시지만, 어둠이 있기에 밝은 사람.
순하고 둥글둥글하면서도 가끔 통통 튀는 것 같던 너는 알고 보니 비비드 컬러와 온갖 독특한 이질적 그림으로 머릿속을 채우고 사는 아이였다.
재밌었다.
네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도, 형형색색의 화려한 옷을 같이 입는 것도, 그 실없는 농담과 손장난들도.
다감하면서도 이색적인 네 세계를 들여다볼수록 그 속에 빠져든 것은 불가항력이었다.
지금껏 만났고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과 또 달랐다. 나와 결이 맞아 부드럽게 음악이 흘러나오다가도, 어딘지 모르게 스크래치가 난 LP판처럼 꼭 한 번씩 튀었다.
그마저도 음악이라 즐겼으면 좋았겠으나.
웅덩이 위로 튀어 오르는 빗방울에 바짓가랑이는 속절없이 젖어갔다.
낯섦은 불안했고, 불안은 초조함을 불러왔으며 초조함은 깊숙이 숨은 열등감을 끄집어내었다.
지금도 많이 부끄럽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했던 그 모든 바보 같은 생각들 때문에.
나는 부풀어 오르는 무언가를 견딜 수 없었고
풍선은 좀체 크기를 줄일 줄 몰랐으며
내 몸의 모든 숨구멍은 다 꽉 막혔다.
못 참고 팡! 터뜨렸을 때 흘러나온 것은
사랑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좀먹은 망상.
이별을 고한 나는 후회에 몸서리쳤다.
나는 나를, 그리고 너를 지치게 만들었다.
왜 나는 무던하질 못할까.
왜 나는 그냥 넘어가지 못할까.
너는 말해주었다.
"그러면 네가 너무 힘들잖아. 예민하지 말라는 건 나보고 둔하지 말라는 말인데, 그건 너무 힘든 거잖아."
펑펑 울었다.
몸이 너무너무 아팠고, 생전 연락 안 하던 엄마에게 긴급호출을 했으며, 응급실에서 링거를 맞았다.
헤어지는 것도 힘든데 몸까지 아프니 죽을 맛이었다. 차라리 너를 원망하고 싶었다.
왜 너는 괜찮아?
왜 너는 안 아파 보여?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거야?
너는 단호히 말했다.
나를 정말 많이 사랑했노라고.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그 말이 듣고 싶었구나.
네가 날 사랑한다는 말이, 아직 여전히 내가 네 마음에 있다는 말이 듣고 싶었구나.
우리 관계가 참 요상하다는 걸 안다.
그래도 있잖아, 나 되게 기뻤다?
네가 다시 만나자고 해줘서.
네가 낯설 때면 그게 참 어렵고 두렵고 무서웠는데
이제는 알 것 같아.
그 다름마저도 재밌는 거 아니겠냐던 너의 말이 지금에 와서야 이해 돼.
이 글은 사랑했던 너를 위한 회고록이었고
지금은 우습게도, 사랑하는 우리를 위한 편지가 되었다.
우리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한 치 앞도 모르겠지만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건
우리는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
언제까지나 서로를 응원할 거라는 것.
나의 소중한 친구, 예쁜 애인, 사랑하는 너야.
부디 포근하고 안온한 꿈을 꾸길.
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