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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un 25. 2015

Mika - No Place In Heaven

확신 또는 진화의 부재

팔세토 보컬, 피아노, 퀸(Queen), 팝, 오페라.

미카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두 번째 앨범 [The Boy Who Knew Too Much]까지 그는 이것들을 잘 지켰고 또 버무려내었다. 똑 닮은 재킷 이미지처럼 1집과 2집은 미카의 밝은 미래를 언제까지나 보장할 듯 들렸다. 하지만 세 번째 앨범 [The Origin Of Love]에서 일렉트로닉 댄스 팝을 전면에 내세우며 그는 비틀거렸다. '대세' 퍼렐 윌리암스에게까지 러브콜을 보내 굳이 자신이 다루지 않아도 되었을 장르에 깊숙이 발을 담근 그 음악은 낯설고 얕았다. 잘 하는 노래와 잘 만드는 멜로디를 더 숙성시켜야 했을 지점에서 그는 옆길로 샌 것이다. 패착이었다.


그리고 네 번째 앨범이다. 첫 곡 'All She Wants'에서 과거를 그리워하는 미카를 느낄 수 있었고, 'Talk About You'가 'Love Today'를 닮은 그루브를 흘리는 데서도 모종의 희망은 불거져 나왔다. 나쁘지 않았다. 코러스 멜로디가 오래 남는 'Good Guys'도, 혹자가 필 콜린스의 'You Can't Hurry Love'와 비교한 타이틀 트랙도, 일렉트로닉 대신 다시 어쿠스틱 사운드에 기댄 미카의 회귀 의지였다. 하지만 부족하다. 나쁘지 않았을 뿐, 좋았던 것도 아니다. 'Ordinary Man'까지 오면서, 나는 점점 여위어 가는 미카의 감각을 동정했다. '김믹하'라는 소속 레이블의 한국형 마케팅 전략으로 난관을 막아낼 있을 거라고는 물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미카의 음악은 초조하다. "만들어내겠다"는 자신감과 여유보다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이 더 커 보인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음악에서 들리는 자의와 타의의 갈등. 'Hurts'와 'Oh Girl You're The Devil' 사이에 감도는 어색함이 그것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앨범이 좋다 나쁘다를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양쪽 다 맞거나 둘 다 틀렸기 때문이다. 듣기 좋은 팝송이 분명 있지만, 그것들은  지난날의 반복일 뿐이다. 확신과 진화가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에 나는 이 앨범을 칭찬할 수 없다. 신작 앞에 쏟아진 "역시 미카!"라는 맹목적 감탄사들은 말 그대로  '팬심'일뿐이다. 논리와 진실은 맹목적이지 않다. 미카의 처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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