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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ul 01. 2015

Muse - Drones

과거와 미래 사이의 은밀한 이율배반

[Drones]는 조금은 다른 뜻에서 뮤즈의 컴필레이션 같은 앨범이다. ‘자기 정리’라면 맞을까. 이 앨범은 디스토피아의 강제와 조종, 그에 맞선 투쟁과 혁명을 다룬 [The Resistance]의 콘셉트에 매튜 벨라미의 작곡 습관들을 농담처럼 배치해나가고 있다.


가령 사이코패스들의 세계 지배가 주제인 이 앨범의 얼굴 ‘Psycho’는 ‘Uprising’의 셔플 리듬과 메시지를 잊지 않았고, 대중의 좋은 반응이 예상되는 ‘Mercy’에선 ‘Starlight’와 ‘Apocalypse Please’가 강과 바다의 경계 마냥 서로를 넘나 든다. 또한 시작 곡 ‘Dead Inside’는 [The 2nd Law]의 자신에 찬 글램 비트를 이어 받았으며, 희망과 용기를 주는 ‘Aftermath’는 가사와 분위기에서 ‘Invincible’의 감동을 쏙 빼닮았다.


이것은 ‘과거로의 회귀’인가 아니면 ‘과거로의 도망’인가. 언젠가 매튜 벨라미는 혼자서 그 많은 곡들을 써내는 일의 버거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창작의 고통에 시달린 매튜의 한숨 앞에서 ‘회귀’의 명분은 그래서 ‘도망’이라는 변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나마 ‘Reapers’에서 기타 연주와 ‘The Handler’의 디지털 리프가 아직 바닥나지 않은 매튜의 재능을 증명하곤 있지만, 크리스토퍼 볼첸홈과 도미닉 하워드가 여전히 베이시스트와 드러머로서만 뮤즈에 발 담근 데서 AC/DC와 데프 레파드의 프로듀서 로버트 존 “머트” 레인지의 존재감은 비교적 미미하다. ‘Revolt’의 코러스 멜로디는 여전히 감미로워도 그 ‘여전함’에 어쩌면 뮤즈의 일곱 번째 앨범은 덜미를 잡힐지도 모른다.


‘라디오헤드의 아류’라는 오해를 지워낸 [Origin of Symmetry] 급의 예술적 진보를 본작에서 바랄 수는 없다. 그러기엔 매튜가 너무 지쳤다. 그렇다고 3집과 4집의 상업적 진보가 뮤즈의 철학이 되는 일도 오랜 팬이라면 원치 않을 것이다. 신보는 그런 면에서 팬들의 기대치에 대한 뮤즈의 대답, 입장 그리고 절충에 가깝다. 과거에 기대어 미래를 바라보는 은밀한 이율배반. 이것이 바로 뮤즈의 현재이자 [Drones]의 정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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