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Messiah] D'Angelo
자타 공인 희대 명반이었던 [Voodoo] 이후 제이 딜라와 스눕 독, 커먼과 큐팁의 앨범들 정도에서만 자신의 생존을 알린 디 앤절로가 백 밴드 뱅가드를 이끌고 무려 14년 만에 돌아왔다. 타이틀은 [Black Messiah]. 참으로 과감하고 선동적인(그래서 정치적인) 제목이 아닐 수 없는데, 여기서 블랙 메시아는 다시 블랙 ‘뮤직’ 메시아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Brown Sugar] 때부터 그의 음악이라는 것이 결국 흑인이 잘 한다고 알려진 음악 장르들, 이를테면 재즈와 펑크Funk, 힙합과 블루스, 알앤비와 정통 소울의 비빔이었지 않은가. 그 장르들의 메시아를 자처하고 나선 것. 충분히 그럴 수 있을 만한 이유 또는 증거가 이번 앨범에 담겨 있다.
약물과 알코올 중독, 2005년엔 마리화나와 코카인 소지 혐의로 체포까지 되면서 디 앤절로 3집은 그 갈 길을 제법 빨리 잃었다. 자동차 사고가 있었으나 변호인 측은 경미한 부상이라며 곧 또다른 마스터피스가 발매될 것인 양 장담했다. 그렇게 햇수로 2년이 지난 2007년, 어쿠스틱 느낌이 가미된 레이드 백laid back 스윙 트랙 'Really Love'가 세상에 공개되면서 ‘이번엔 정말!’이라는 팬들의 기대 심리가 발동했지만 이 역시 불발. 2009년 새로 고용된 디 앤절로의 매니저가 흘렸던 “프린스, 칸예 웨스트, 부스타 라임스, 존 메이어와의 여름 투어”까지 무산되면서 디 앤절로는 팬들에게 메시아는커녕 한낱 양치기 소년 신세가 되고 만다.
조짐은 2000년대의 첫 10년째에 보이기 시작했다. 프린스 곁에서 실력을 다진 존 블랙웰의 쫄깃한 16비트 드러밍이 흥분을 부르는 '1000 Deaths' 음원이 인터넷에 유출된 것이다. 이건 진짜였고, 1년 뒤 스톡홀름을 시작으로 감행한 유럽 투어에서 재지 펑크 넘버 'Sugah Daddy'를 비롯한 신곡 네 곡을 통째로 선보이며 그의 복귀는 점점 가시화되었다.
물론 이후에도 2년이라는 시간이 더 걸려 나온다 나온다 한 지 9년 만인 2014년 겨울, 마침내 그 결과물을 내놓았다. 기다림과 기대는 헛되지 않았다. 마빈 게이와 스티비 원더, 프린스와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 펠라 큐티와 지미 헨드릭스,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과 투팍, 커티스 메이필드와 아이작 헤이즈라는 그의 음악 DNA들은 이번에도 제대로 엉겨 끈적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Voodoo]를 넘어설지도 모를 이 쫀득하고 미끈대는 그루브는 'Prayer' 같은 블루스 성향과 'Back To The Future' 같은 펑키 소울 성향, 그리고 'Another Life' 같은 콰이엇 스톰Quiet Storm, 즉 모던 블랙뮤직의 진수로서 디 앤절로의 명성을 좀 더 드높여줄 것이다.
오래 버티고 깊이 고민하는 아티스트가 모두 명반을 만들어낼 수는 당연히 없다. 타고난 재능, 남다른 영감, 그 영감을 풀어낼 수 있는 작곡과 연주력이 필요하다. 삼박자를 고루 갖춘 디 앤절로가 이번에도 멋진 작품을 가져왔고, 이 앨범은 2014년을 넘어 2015년에도 내 개인 플레이어를 뜨겁게 달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