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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과 폴을 둘러싼 비틀스 역사

이언 레슬리 <존 앤드 폴>

by 김성대


지난 9월 말에 번역돼 나온 이언 레슬리의 책이다. 이언은 '뉴욕 타임스' '가디언' 등에 글을 기고하는 저널리스트 겸 작가로, 뉴스레터 '러피언'의 발행인이기도 하다.


이 책은 언뜻 표지 제목과 이미지로 거듭 강조하고 있듯 존과 폴의 "우정과 질투"에 관한 이야기를 비틀스 노래에서 건져낸 것처럼 보인다.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비틀스 노래 또는 비틀스가 커버한 노래 제목을 챕터 제목으로 삼아 비틀스 역사를 탐색해 나가는 책이라는 게 더 정확한 설명이겠다.


그러니까 타이틀이 '존 앤드 폴'이라고 해서 존과 폴의 이야기만 다루고 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커트 코베인의 전기가 곧 너바나의 역사이듯, 두 사람의 이야기는 그대로 비틀스 전기가 된다.


전반적인 내용은 1995년 ABC에서 방영한 3부작 다큐멘터리 '더 비틀스 앤솔로지'를 책으로 옮긴 느낌으로, 저자의 꼼꼼한 취재와 탁월한 글솜씨는 다큐멘터리가 전한 서사를 더 깊고 풍성하게 풀어내고 있다. 과거 한국 사람이 쓴 두꺼운 비틀스 전기가 나온 적이 있는데, 필력이 너무 엉성해 읽다 던져버린 기억이 있어 나에겐 이번 책이 가뭄 끝 단비 같았다.


다만 책 초반부터 드러난 잘못된 팩트, 단어들은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옥에 티였다. 가령 50쪽에서 폴이 존을 처음 만나 존의 기타로 연주한 곡이 진 빈센트의 'Twenty Flight Rock'이라고 한 부분이나,해당 곡은 에디 코크런의 곡이다 58쪽에서 폴 매카트니가 왼손으로 기타 코드를 잡는다고 쓴 것,폴은 왼손잡이여서 코드를 오른손으로 잡는다 그리고 113쪽에서 존의 엄마 줄리아 레논이 재혼해서 낳은 딸 줄리아 베어드가 이복여동생'이복'은 엄마가 다른 자매형제 사이에 붙인다이라고 한 지점 등은 출판사가 다음 쇄를 찍을 때 점검해야 할 것 같다.


그런 몇몇 오류 외엔 나무랄 데 없는 책이니, 영미권 팝 역사에 관심 있거나 비틀스 팬이라면 꼭 읽어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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