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 'Ænima'

by 김성대
《Ænima》는 반드시 수입반으로 사야 한다. 그래야만 밴드와 캠 드 레온(Cam de Leon)이 의도한 메시지를 렌티큘러 뷰어를 통해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당시 변화하는 메탈 씬의 산물이었던 《Ænima》는 록 팬층을 마치 거미줄에 걸린 거미처럼 끌어당겼다. 일반 차트 음악이 아닌 도전적인 음악을 듣고자 한 사람은 누구나 이 앨범에서 흥분과 자극을 느낄 수 있었다.

조엘 매카이버 (록 비평가)


헤비메탈을 '철없을 때 듣는 음악' '단순무식한 음악'이라 말하는 철없고 단순무식한 사람들을 종종 본다. 무슨 소리. 그런 사람들에겐 너바나 라이브 앨범 《From the Muddy Banks of the Wishkah》보다 만 장 정도 적게 팔려 빌보드 앨범 차트 2위에 오른 툴 2집 《Ænima》를 건네주고 싶다.

황석영의 최근작 『할매』의 주제처럼,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 것에 관한 노래 <Hooker With a Penis>를 포함한 이 앨범을 두고 '변절'을 얘기한 사람들에게 툴의 기타리스트 애덤 존스는 한숨을 쉬며 이런 말을 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만사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저 표면적인 것만 보려고 하지, 이면을 숙고하려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자신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걸 악하다고 생각한다." 헤비메탈에 편견을 가진 사람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메탈을 아래로 보(려)는 사람들의 의지와 달리, 멤버 모두가 킹 크림슨을 좋아하는 툴의 예술 세계에선 지성이 느껴진다. 아는 척, 멋진 척이 아닌 실제 지성과 기교를 겸비한 그런 음악이다. 단순히 이 앨범이 툴만의 사운드를 위한 획기적 도약이어서도, 이탈리아 수학자 에르네스토 체사로가 발명한 합산 기법에서 제목을 가져온 <Cesaro Summability>의 앰비언트 드론 때문도, 앨범 타이틀을 남성 내면에 있는 여성성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 아니마Anima에서 가져와서도, 마지막 곡 <Third Eye>의 심오한 철학 때문도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툴 멤버들의 개성, 가령 드러머 대니 캐리의 영성Spiritualism에 관한 사유와 베이시스트 저스틴 챈슬러의 낙관적 실용주의, 기타리스트 애덤 존스의 음향 실험에 대한 관심, 그리고 프런트맨 메이너드 제임스 키넌의 "터무니없고 무시무시한 아이디어" 덕분이다. 그러니까 툴은 머리head를 흔드는 메탈 밴드에서 머리brain를 써야 하는 메탈 밴드로 발전, 진화한 팀인 것이다. 나를 돌아보고 세상을 돌아보게 하는 음악이란 얘기다. 이 작품 전체가 진화와 변화, '제3의 눈Third Eye'이 상징하는 대안적 관점의 은유로 둘러싸여 있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신념은 위험합니다. 신념은 생각을 멈추게 합니다. 멈춘 생각은 임상적으로 죽은 것입니다. 아무것도 믿지 마세요.

대니 캐리


툴은 한 자리에 머물길 원치 않았다. 이들이 주도한 얼터너티브 메탈 물결이 뉴 메탈로 흘러든 건 평론가들의 사후 진단이었을 뿐이다. 사실 툴의 음악엔 메탈의 마초이즘 대신 여성적인 요소가 더 많이 녹아 있다. 자신들이 마릴린 맨슨과 비교당하는 것에 크게 당황해 한 애덤 존스의 말이다. "7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은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곤 했다. 그들은 예술적인 것을 염두에 두었거나 적어도 더 높은 곳으로 가려 한 사람들이다."


툴을 메탈 카테고리에만 가두려는 건 그래서 위험하다. 그들은 언제나 더 나아가려 했고, 다른 걸 위해 지금을 부수려 했다. 마치 『데미안』의 '알을 깨는 새' 마냥, 툴은 쉬지 않고 자신들만의 음악 세계를 향해 탐구하고 모색했다. 2006년 광복절 때 메탈리카 오프닝 밴드로 한국에 온 저들에게 많은 한국인들이 보낸 야유(?)는 고로 그 탐구와 모색을 이해하지 못한 혹은 이해할 생각이 없는 자들이 스스로 내보인 가여운 무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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