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평론가에 대한 대중의 오해는 보편적이다. 오해란 다른 게 아니다. 그건 바로 '대중음악평론가는 모든 대중음악을 안다'이다. 그럴 리가 없다. 그럴 수도 없다. 만약 그런 척하는 대중음악평론가가 있다면 그 사람은 '가짜'일 확률이 높다.
하긴, 그나마 음악평론가 입장은 나은 편이다. 그 위에 대중문화평론가 집단이 있는데 이 사람들은 더하다. 직함으로 볼 때 저들은 음악뿐 아니라 미술, 문학, 영화/연극, 드라마, 예능, 패션까지 두루 꿰고 있어야 한다. 이게 말이 안 되는 건, 한 사람이 음악 장르 하나도 소화하기 힘든 게 현실인데 저렇게 거의 모든 문화 장르에 전문가를 자처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 인간의 생애는, 그 삶이 아무리 음악평론에 목숨을 건 사람 것이라 한들 록 장르 하나도 제대로 팔 수 없을만치 짧다. 당장 내가 가지고 있는 『스래시 메탈Thrash Metal』이란 책은 전 세계 900팀에 가까운 스래시 메탈 밴드들을 다루고 있다. 하나 내가 아는 한 저 800여 팀을 모두 아는 대중음악평론가는 국내에 없다. 헤비메탈의 일개 하위 장르가 저럴진대 하물며 쇤베르크에 크라프트베르크, 메탈리카, 테일러 스위프트, 프레디 킹, 밥 딜런, 이찬혁,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 패티 김, 포스트 말론, 에스파, 닥터 드레, 김완선, 쳇 베이커, 빈지노를 다 안다니. 불가능이요 거짓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되겠다. 모든 대중음악평론가, 대중문화평론가란 그저 때에 따라 의뢰받은 주제를 따로 공부해 가면서 전문가 행세를 해나가고 있다고. 특정 분야에 관해서라면 '고수'는 차라리 재야에 더 많을 지도 모른다. 직함과 내공, 유명세와 지식은 의외로 비례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미리 밝히지만 그래서 나는 '힙알못' 대중음악평론가다. 내 분야는 힙합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건 분명히 하고 가야 나중에 덜 다친다. 몽테뉴는 옳았다. "누구나 자기가 아는 것을 자기가 아는 만큼만" 써야 한다. 잘 모르고 좋아하지도 않는 분야를 어설프게 건들면 화만 부른다.
아, 그렇다고 내가 힙합에 무감한 건 아니다. 에미넴의 <Lose Yourself>는 당당히 내 인생곡이라 말할 수 있고, 켄드릭 라마나 나스의 《Illmatic》은 망설임 없이 내 생애 가장 인상적으로 들은 래퍼, 앨범으로 꼽을 수 있다. 오늘 들은 쥬라식 파이브의 두 번째 앨범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처음 들은 순간 취향 저격 당했다. 퓨리어스 파이브Furious Five나 펑키 포 플러스 원 모어Funky Four Plus One More 같은 선구 격 크루들의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유지했다는 세간의 평가는 내가 이들을 좋아하는 본질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내가 좋아하는 팝록 아티스트들이 수두룩 했던 인터스코프Interscope에서 이 앨범이 나와서도 아니고 이 그룹이 그린 데이, NOFX, 위저 같은 내 최애 펑크/파워팝 밴드들과 한 무대에 섰기 때문도 아니다. 내가 이 앨범을 편애하는 이유는 래퍼 4명과 DJ/프로듀서 2명이 쏟아내는 앙상블, 특히 실연實演 같은 드럼 비트가 뽑아낸 자연미 넘치는 그루브 때문이다.나무 나이테 위에 턴테이블 카트리지를 올려놓은 백커버 사진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가령 LA에서 명성을 추구하며 겪은 상실감을 다룬 <Lausd>부터 재즈 드러머 셸리 맨의 <Flip>을 샘플링 한 <Jurass Finish First>까지 구간은 단연 압권으로, 미국 대중문화 웹진 『페이스트』 가 왜 이 음반을 '힙합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힙합 앨범 10'에 포함시켰는지 그 트랙들은 치열하게 증명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대중음악평론가라고 모든 대중음악을 알 순 없다. 특정 장르를 전문으로 한다 해서 다른 장르를 듣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저 여러분들이 조심해야 할 사람은 '나는 다 알아요' 부류다. 그런 사람들은 역설로 대중음악에 관해 아무것도 모를 가능성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