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 새해 처음 튼 앨범은 공일오비 3집. 중학교 3학년 때 정말 귀에 달고 살았던 앨범이다. 뭔가 축 처진 기분이었던 지난 연말 분위기를 <아주 오래된 연인들>의 세련된 활기로 풀고 싶었을까. 곡의 긴 인트로와 재치 있는 간주는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인들 전혀 촌스럽지 않다. '스탑 더 빝stop the beat!' 하며 꼬리를 자른 뒤 곧장 <우리 이렇게 스쳐 보내면>으로 젖어드는 구간도 애잔하긴 마찬가지다. <텅 빈 거리에서>와 <H에게>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정석원, 윤종신의 공일오비식 발라드 호흡은 이 시절 정점을 찍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저런 연인 사이 권태, 이별 이야기 뒤에 숨은 사회적 냉소를 처음 의식하게 된 게 이 앨범부터였을지도 모르겠다. 현대인의 공허와 가식을 바라본 <수필과 자동차>, <현대여성>이 그랬고 지금도 골칫거리인 환경문제를 다룬 아카펠라 곡 <敵 녹색인생>, <먼지 낀 세상엔>이 또한 그랬다. 그 회색빛 음악 사이에서 이장우가 부른 <5월 12일>, 이정식이 색소폰을 분 <Santa Fe>의 보석 같은 여운은 그래서 더 값졌을 테다.
정석원은 5집을 최고로 치고 4집을 그다음으로 쳤다곤 하지만, 나에게 공일오비는 언제나 2집과 3집이다. 비트나 멜로디에서 어느 하나 빠질 것 없는, 당시 10대 중반이던 우리에게 그것은 첨단의 음악이었고 현대의 몸짓이었다. 지금도 추억이 고플 때면 영순위로 꺼내는 앨범이기에 그것들은 늘 손이 닿는 곳에 꽂힌 채 자신의 재생을 재촉하고 있다. 분명 2, 3집이 히트한 90년대 초반은 멤버들이 TV 광고에 나왔을 정도로 대중이 공일오비에 가장 열광할 때였다.
한때 공일오비 창작의 핵심 멤버 정석원이 평론가와 안 친하다, 평론가를 무시한다는 소문이 사실처럼 떠돌곤 했다. 대부분 뜬소문들이 그렇듯 그건 오해였다. 그가 불편해 한 평론가란 A라는 음악에 대해 자꾸 B라며 헛다리를 짚거나 딴소리하는 부류 혹은 아예 음악을 잘 모르는, 그래서 말이 안 통하는 음악평론가였다. 자기 검열까진 아니어도 나를 포함해 '대중음악평론가'라는 직함을 뿌리고 다니는 사람들은 새해를 맞아 자신을 한번 돌아보면 어떨까. 어디 가서 되지도 않는 얘길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전문가라 불릴 만큼 자기 공부에 애쓰고 있는지 점검해 보는 일이 나쁠 건 없겠다. 정석원의 의견이 와전, 왜곡돼 퍼진 것도 결국 일부 평론가들의 지적 게으름, 무능에서 비롯된 것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