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오넬 리치 'Can't Slow Down'

by 김성대


80년대 팝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 1985년의 <We Are the World> 프로젝트일 것 같다. 세계가 감동한 저 노래는 마이클 잭슨과 라이오넬 리치가 함께 만든 곡이었는데, 1년 단위로 자신들 커리어 최고 작품을 내놓은 전성기 스타답게 두 사람의 절정에 이른 송라이팅 감각은 과연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 최고 앨범들이란 바로 잭슨의 6집 《Thriller》와 리치의 솔로 2집 《Can't Slow Down》이다.


비슷한 때 전성기를 누린 잭슨과 리치는 잘 나가던 펑크funk/솔 밴드 출신이란 것도 같았다. 마이클은 가족 그룹 잭슨파이브 또는 잭슨스에서, 라이오넬은 코모도어스에서였다. 이후 솔로 아티스트로서 라이오넬의 저력을 증명한 곡은 케니 로저스의 <Lady>로, 리치는 이 곡에서 자신이 지닌 프로듀서와 멜로디메이커 재능을 유감없이 펼쳐 보였다. 이는 리치의 또 다른 대표곡이자 영화 『백야』의 주제곡 <Say You, Say Me>로 받을 58회 아카데미 주제가상의 예고였고, 다이애나 로스와 부른 듀엣 곡 <Endless Love>의 복선이었다. 물론 82년 가을에 발표한 첫 솔로작에 수록돼 단숨에 빌보드 정상에 오른 <Truly>와 2집의 마지막 트랙 <Hello>의 거대한 반향도 모두 <Lady>의 자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면 되겠다.


어린 마이클 잭슨이 몸담았던 모타운에서 발매한 리치의 솔로 2집은 데뷔작과 같이 제임스 앤서니 카마이클James Anthony Carmichael과 리치가 공동 프로듀서를 맡았다.제목처럼 <The Only One>만 데이비드 포스터와 공동 프로듀싱 했다. 잭슨의 <Wanna Be Startin' Somethin'>과 비슷한 그루브를 가진 타이틀 곡 <Can't Slow Down>으로 문을 여는 이 앨범엔 전작에도 참여했던 네이선 이스트베이스, 존 로빈슨드럼, 리처드 막스코러스를 비롯해 토토Toto의 유명 연주자들제프 포카로와 스티브 루카서도 가세해 보다 보드랍고 타이트해진 음악을 대중의 귀로 실어 날랐다. 1집을 빛내준 케니 로저스, 조 월시이글스 같은 특별 게스트를 섭외할 수도 있었겠지만 라이오넬의 음악 개성을 더 살리기 위해 2집에선 배제했다고 한다.


80년대 최고 음악가의 작품답게 작업은 5개월에 걸쳐 녹음했다. 연주, 편곡, 프로덕션 등 디테일을 향한 섬세한 공략이 한 음, 한 비트마다 절절히 느껴지는 이 앨범은 발표 후 빌보드 200에 무려 160주 동안 이름을 올렸고 당시까지 천만 장 이상 판매고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기록했다. 그 명성에 걸맞게 싱글로 낸 다섯 곡<All Night Long>, <Running with the Night>, <Hello>, <Stuck on You>, <Benny Rubber>은 빌보드 100 차트에서 모두 10위 안에 들었는데 그중 <All Night Long>은 정상을 차지, <Stuck on You>가 3위로 뒤를 이었다. 특히 <Running with the Night>와 같이 7위에 오른 <Hello>는 2015년 아델의 <Hello>에서 소환되며 불멸성을 인증받았다. 언제 들어도 훌륭한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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