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익 '동경 (憧憬)'

by 김성대


조동익의 《동경 (憧憬)》은 요즘처럼 마음이 무겁고 추울 때, 몸과 마음이 지칠 때 꺼내 듣는 앨범이다.

그럴 때 한겨울 군고구마 같은 온기를 품은 <엄마와 성당에>나 김광민의 피아노와 이병우의 기타가 서로를 감싸는 <경윤이를 위한 노래>, <노란대문(정릉배밭골 '70>과 <동쪽으로>의 조금은 들뜬 그루브, 그리고 어떤날의 <그런 날에는>에 대한 주석 같은 <함께 떠날까요?>를 듣고 나면 마음은 어느새 차분해지고, 나도 모르게 끼어온 영혼의 때를 씻어낸 느낌이 든다.


옛날 이 앨범을 처음 듣고 떠오른 건 당연히 팻 메스니였다. 그 연상이 당연했던 건 실제 조동익이 팻 메스니에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팻 메스니를 좋아했던 형 조동진의 음악 취향을 공유하면서 습득한 그만의 감성 문법이 녹아든 것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단순히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조동익을 팻 메스니의 아류라고 생각하면 예술은 왜곡된다.

조동익은 나부끼고 젖어드는 메스니 식 재즈 퓨전의 낭만을 자신의 낭만으로 승화시켰다.

어떤날 시절 그리움의 흙으로 빚은 투명한 감수성을 조동익은 자기 세계로 다시 데려와 새로운 우물을 만들었고 들판 위 스치는 바람을 일으켰다.

이 앨범을 틀어두면 그래서 처음 떠올랐던 메스니는 어느 순간 지워져, 거기엔 순수한 조동익만 남는다.

영미권 음악에서 파생한 한국 대중음악은 모두 그런 식으로 만든 이의 고유성originality을 확보해 왔다.


마르틴 하이데거는 "철학은 향수요, 어디서나 고향을 만들려는 충동"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조동익의 음악은 철학적이라고 말해볼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음악엔 <꿈>에서 조용필이 들었다는 '고향의 향기'가 흠씬 배어 있기 때문이다.




화,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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