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gadeth> Megadeth
내가 처음 들은 메가데스 앨범은 《Countdown to Extinction》이었다. 그마저도 동시대는 아니었고, 다음 앨범 《Youthanasia》와 함께 만났다고 하면 얼추 맞겠다. 메가데스가 전성기를 누릴 때 나는 아직 코흘리개 초등학생이었다.
그런 메가데스의 마지막 앨범이다. 이 앨범이 끝이라는 건 첫 곡 <Tipping Point>의 가사There's no return와 마지막 곡 제목The Last Note에서도 충분히 감지된다. "하고 싶은 일이 아직 많은데 세월이 하루처럼 지나간다"는 <Hey God?!>의 넋두리는,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는 데이브 머스테인 감정의 이면에 들러붙은 미련일지 모르겠다.
사실 머스테인은 작업 중반 때까지만 해도 이 앨범을 메가데스의 파이널 앨범으로 생각 않았다고 한다. 그가 이 음반을 메가데스의 끝으로 상정한 건 <The Last Note>를 만들면서였다. 애초 그는 이 곡에 다른 노랫말을 붙였으나, 이 앨범이 마지막이라고 결정한 후에야 지금 가사로 바꾸었다. 저 곡의 원래 제목은 'Jumpers'였는데,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 교 난간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을 보고 영감을 얻은 터였다. 그런 면에서 메탈리카의 <My Apocalypse>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머스테인은 이 곡으로 자신이 은퇴 결정을 내린 심경을 노래로서 들려준다. 코드 진행과 보컬 멜로디, 기타 솔로가 메가데스의 전형을 들려주는 이 곡은 그래서 꼭 가사와 함께 감상하길 바란다. 어쩌면 오랜 팬들은 그 내용에 눈시울을 붉힐지도 모르겠다.
메가데스의 17번째 앨범은 힘을 빼고 흘러간다. 축 처진다는 게 아니라, 메가데스의 '기본'에 충실하며 한 트랙 한 트랙 등장한다는 얘기다. 드라마틱하고 멜로딕한 기타 솔로, 예리하고 단단한 기타 리프, 신경질적인 머스테인의 보컬이 지난 밴드 역사를 치밀하게 반추하고 있다. 가령 <She Wolf>의 맥락을 따르며 메가데스 음악의 함축을 자처하는 <Hey God?!>, <Made to Kill>과 함께 밴드의 전매특허인 정치 비평을 풀어놓는 <Obey the Call>은 그중 헤비니스라는 한 축을 맡는다. 아울러 메탈리카에서 방출될 당시 심정이 들리는 <Another Bad Day>나 <I Am War>를 듣고 있으면 머스테인은 차라리 이 음반에서 자신의 음악 인생 전체를 돌아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메가데스를 아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즐길 수 있도록 안배한 느낌이랄까. '그동안 고맙고 즐거웠어. 이 모든 게 당신들 덕분에 가능했던 거야'라는 고백이 매 곡에서 배어 나온다.
본작에서 팬들이 가장 궁금해했을 트랙은 역시 <Ride the Lightning> 커버일 거다. 정작 머스테인은 '커버'라는 단어를 꺼렸는데, 저 곡은 자신의 곡이기도 하다는 뜻이었다.역시 머스테인답다. 그는 <Ride the Lightning>의 '메가데스 버전'을 치겠다는 각오로 이 곡에 임했으니 속도는 비슷하게 가되 리듬 기타와 리드 기타, 드림 필fill엔 메가데스답게 좀 더 날 선 맛을 입혔다. 유로 메탈 마니아인 라스의 취향이었을 긴 인트로를 줄이고 과거 머스테인 자신이 메탈리카에 있을 때 만든 데모가 지닌 "빌어먹을 공격성"을 더한 셈이다. 이로써 <The Four Horsemen>으로 진화한 <Mechanix>를 데뷔작에서, <Ride the Lightning>을 마지막 앨범에서 다루며 데이브는 자신이 참여한 메탈리카 곡들로 메가데스 역사의 수미상관을 장식했다.
메가데스가 2016~2026년까지 10년 사이 선보인 세 장은 1990~1994년까지 내놓은 세 장 못지않은 완성도를 들려주었다. 그러니까 밴드가 제2의 전성기로 접어들 무렵 머스테인은 멈추는 길을 택한 셈이다. 그건 '이 정도면 됐다' 싶은 순수한 만족 끝 선택일 수도 있고 "거짓이 진실이 되고 우리 삶이 거래되는 곳"이라는 <Puppet Parade>의 가사처럼 음악 비즈니스에 대한 환멸이 결부된 선택일 수도 있다. 또는 인터뷰에서 밝혔듯 이 세계의 또 다른 '빅포'가 출연하길 바라는 선배로서 물러남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머스테인의 결정은 시기와 명분에서 두루 적절해 보인다. 머스테인과 메가데스는 한 분야에서 충분히 일가를 이루었고, 록/메탈 역사에 영원히 남을 획을 그었다.
보통 셀프 타이틀은 음악가가 데뷔할 때나 예술적인 변신을 감행할 때 쓰곤 하는데, 메가데스는 그 타이틀을 자신들의 마지막에 썼다. 메가데스의 《Megadeth》. 언뜻 데뷔 때부터 마지막까지 밴드 라인업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멤버가 자신인 데서 "메가데스는 내 거야!"라는 머스테인의 자부심 섞인 포효가 들려오는 듯도 하다. 30년 팬으로서 그동안 정말 수고했다는 말을 먼저 해주고 싶다. 힘들었던 순간마다 다시 일어서게 해 준 그 음악에도 깊은 감사를 전한다. 사람은 늙고 죽지만 예술은 영원한 것이니, 앞으로도 메가데스의 잠재 팬들을 음악 스스로가 잘 찾아다니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RIP Megade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