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대 Nov 19. 2015

Led Zeppelin - III

세간에선 [IV]를 최고로 치지만 나는 레드 제플린의 이 앨범이 제일 좋다. 한때는 하드한 [II]와 역작 더블 앨범 [Physical Graffiti]도 많이 들었지만 레드 제플린의 단 한 장을 꼽으라면 난 역시 이 작품 [III]다. 화려한 곳들을 떠돌다 다시 고향을 찾는 기분이랄까. 그 '뿌리'를 향한 갈망 또는 집념이 이 앨범에는 있는 것이다. 

'That's the Way'가 대표하듯, 이 음반에는 영국 민속 음악과 켈틱 음악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아니, 무엇보다 웨일즈에 있는 18세기 전원주택 브론 어르 아이르(Bron-Y-Aur)에서 녹음한 [III]는 레드 제플린의 음악 뿌리인 컨트리 블루스와 전기(electric) 기운을 쏙 뺀 포크 사운드로 무장해 있다. 당시 지미 페이지가 60년대 브리티시 포크 리바이벌의 기수인 데비 그래함(Davey Graham)과 스코틀랜드 포크 뮤지션 버트 잔쉬(Bert Jansch)를 즐겨 들은 것, 그리고 로버트 플랜트가 미국 아방가르드 포크 기타리스트 존 파헤이(John Fahey)에 심취해있던 것은 때문에 우연이 아닌 운명이었을지 모른다. 그것은 지미 페이지의 말처럼 분명 "[II]가 가진 날것의 헤비 에너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나는 이후 조니 미첼로까지 이어질 그 어쿠스틱 질감, 그리고 롤링 스톤스의 [Beggars Banquet]과 더불어 가장 치열하게 '블루스'를 탐닉한 그 회귀 본능을 사랑했던 셈이다.   


시작은 'Immigrant Song'이다. 영화 <스쿨 오브 록>과 <슈렉>에서도 인상적으로 삽입된 바 있는 이 F#마이너 코드, 112bpm 빠르기 '바이킹 진군가'는 전설의 보컬리스트 로버트 플랜트의 귀신 같은 하울링 보이스와 지미 페이지의 스타카토 리프, 그리고 존 본햄의 영리한 그루브가 삼위일체 하는 지점에서 눈부시게 작렬한다. 'Immigrant Song'은 메가데스가 커버한 'Out on the Tiles'와 더불어 이 앨범에서 레드 제플린의 '하드록/헤비메탈' 성향을 직접 대변한 곡으로, 지금도 많은 팬들이 밴드의 최고 트랙으로 꼽고 있다.


존 폴 존스의 스트링 어레인지가 빛을 발한 'Friends'가 레드 제플린의 이면을 내비친 뒤 득달같이 쳐들어오는 'Celebration Day'의 슬라이드 기타 리프, 그리고 [III]의 최고 곡 'Since I've Been Loving You'가 흐른다. 내가 이 앨범을 사랑하는 결정적 이유 같은 트랙. 과장된 존 본햄의 드럼 톤과 침잠한 존 폴 존스의 하몬드 오르간, 그 위에서 새벽 안개처럼 퍼지는 지미 페이지와 로버트 플랜트의 슬픈 듀엣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어 앞서 말한 'Out on the Tiles'를 보내고 나면 이제 앨범은 본격 포크 블루스 무드로 접어드는데, 커트 코베인이 사랑한 레드 벨리와 밥 딜런도 커버했던 'Gallows Pole'은 그 시작이다. 지미가 만돌린과 밴조로 주문 같은 연주를 하고 있는 사이 폴 존스의 일렉트릭 베이스와 존의 드럼이 강렬히 반응하는 곳에서 레드 제플린 버전의 오리지널리티는 태어난다. 후반부 신경질적으로 사운드 디자인에 관여하는 지미의 일렉트릭 기타 솔로 역시 놓쳐선 안 될 감상 포인트. 사실, 어쩌면 이 한 곡에 레드 제플린 연주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지 모른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지미가 야드버즈 시절에 작곡해둔 러브송 'Tangerine'에서, 1970년 배스(Bath) 콘서트 때 만난 포크 뮤지션 로이 하퍼를 추억한 'Hats Off to (Roy) Harper'에 이르기까지, [III] 혹은 지미 페이지가 가진 "블루스의 해체와 재구축" 성향은 그 고집을 꺾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꺾기는 커녕, 이 앨범의 주제인 컨트리 블루스는 더 견고하고 찰지게 작품의 끝자락에서 후회없는 용트림을 해댄다. 그렇다. 레드 제플린은 역시 "흑인적 형식에 경의를 보냄으로써만 자신의 가치를 얻는" 밴드였다. 평론가 조 카두치의 말이 맞았던 것이다.


p.s
45년 전 어제(11월18일), 레드 제플린 3집은 영국과 미국 앨범 차트에서 똑같이 정상에 올랐다. 그들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