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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an 14. 2016

Perfume - ⊿(Triangle)

지금 젊은 세대는 언제나 새로운 걸 원하고 받아들인다. 단지 지금 그들의 취향에만 맞추는 음악보다 크리에이터라면 그에 앞선 것을 항상 추구해야 한다.
(나카타 야스타카) 

퍼퓸의 음악은 캡슐(Capsule)이라는 자신의 유닛을 이끌고, 드라마 <라이어 게임>과 인기만화 <원피스>의 영화판 제작 기념 전시회 음악감독 등을 맡은 나카타 야스타카로부터 나온다.(그는 캬리 파뮤파뮤(きゃりーぱみゅぱみゅ)를 통한 앙증맞은 일렉트로닉으로, 퍼퓸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일본 소녀들의 정서를 대변해주기도 했다.) 

퍼퓸의 음악은 테크노팝이면서 실제 밴드 연주 같은 비트를 들려준다. 비트의 핵심이 되는 베이스 드럼과 스네어 드럼에선 실제 페달과 스틱에 반응하듯 모종의 땀냄새가 나고, 하이햇 플레이도 사람과 심벌 사이에만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 살가운 터치감이 느껴져 피도 눈물도 없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슬쩍 온기를 입힌다. 멜로디, 구성 면에서 앨범의 최고 트랙이라 해도 좋을 「Dream Fighter」같은 곡에서 이런 느낌이 두드러지며,「Night Flight」를 살찌우는 쫀득한 베이스 슬래핑 역시 디지털 일색인 퍼퓸의 음악 세계에 아날로그 인공호흡을 해준다. 

언젠가 가창력을 명분으로 '립싱크 금지법'이 국내에서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가수는 무조건 노래를 잘 불러야 한다"는 전제에서 도출된 이 얼토당토 않은 주장에 대해 과연 나카타였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그는 틀림없이 '바보짓' 투로 잘라 말했을 것이다. 퍼퓸의 음악에서 보컬은 악기일 뿐이다. 퍼퓸 멤버들은 자신들의 곡에서 절대 100% 생목소리를 낼 수 없다. 이펙터를 먹여야 비로소 그들의 목소리는 퍼퓸이 되며, 그래서 그들은 활동 초기 "노래할 땐 감정을 넣어라"는 히로시마 거주 시절 학원 선생님의 말씀과 전면 배치되는 나카타의 주문에 울면서 녹음하는 나날을 보냈다. 때문에 그들은 사람으로선 도저히 낼 수 없는 보컬 재현을 위해 공연에서 반드시 립싱크를 해야만 했고, 팬들 역시 그래야만 퍼퓸의 음악이 완성됨을 이해하고 지지해주었다. 퍼퓸의 첫 곡을 작곡한 당시 기획사 측으로부터 "아이돌의 음악이 너무 멋있고 완벽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나카타는 꽤 도전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마네킹 내지는 로봇 같은 퍼퓸의 보컬 스타일에 대해 "아이돌의 목소리를 가공하는 것이 터부시 되어온 것을 깨뜨리는 것, 이 역시 음악적 도전 중 하나"라고 했다. 그 도전이 바로「Kiss and Music」같은 트랙이다. 

가사 역시 스토리나 메시지를 강조하는 일반 것들과 달리 나카타는 단어가 가진 울림 등이 멜로디와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즉, 듣는 사람에게 어떻게 '들릴까'를 고민한 작사인 셈이다. 가령「Speed of Sound」같은 곡에서 가사는 무의미한 단어 나열로만 이뤄진다. 이는 언뜻 'Mosquito'와 'Libido'를 함께 배치해 의미의 분열을 꾀한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을 연상시키지만, 그것들의 '울림'은 충분히 '멜로디와 조화를' 이루고, 이를 오오모토 아야노(大本彩乃), 카시노 유카(樫野有香), 니시와키 아야카(西脇綾香)가 "무뚝뚝하고 수다 떨듯" 불러주면 퍼퓸의 음악은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데뷔 때부터 이들의 안무를 짜온 미키코(MIKIKO)가 이들의 음악을 '무기질'이라고 한 이유도 아마 이러한 나카타의 '무뚝뚝한' 전략에 기인한 것일 게다. 

그리고 퍼퓸이 들려주는 테크노팝은 당연히 춤추기 좋은 '클럽 음악'이다. 예컨대 무겁고 세련된 그루브를 자랑하는 「Edge(⊿-mix)」나 「I Still Love U」같은 곡은 어느 나라 어느 장소에서도 환영받을 '클럽송'일 것이다. 그래서 나카타는 퍼퓸의 음악을 만들 때 애초에 팝적인 느낌을 배제한 작법을 고수한다. 그렇다고 클럽을 의식하고 작곡하는 것도 아닌데 결과적으론 더욱 클럽적인 음악이 되고, 팝으로선 더욱 신선한 무엇이 된다고 그는 밝힌 바 있다. 감정을 싣지 않는 창법 주문에 눈시울을 붉혔던 멤버들이 한동안 의기소침해 있다 클럽 공연에서 관중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본 뒤 자신들의 프로젝트에 확신을 갖고 적극성을 띠기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던 건 아닐까. 

퍼퓸 멤버들은 언젠가 "나카타씨의 곡을 부르지 않게 될 때, 그 때가 퍼퓸의 끝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논리로 한국에서『⊿(Triangle)』로 퍼퓸이 소개되지 않게 될 때, 그 때 퍼퓸은 별도의 '끝장'을 맞게 될 지도 모른다. 이 앨범은 그 정도이다. 치마 입은 다프트 펑크(Daft Punk)다.     


[내가 사랑하는 앨범들] #1 Collective Soul [Collective Soul] (1995)

[내가 사랑하는 앨범들] #2 INXS [Kick] (1987)

[내가 사랑하는 앨범들] #3 UB40 [Signing Off] (1980)

[내가 사랑하는 앨범들] #4 Metallica [Metallica] (1991)

[내가 사랑하는 앨범들] #5 Eric Clapton [MTV Unplugged]

[내가 사랑하는 앨범들] #6 Radiohead [OK Computer] (1997)

[내가 사랑하는 앨범들] #7 Albert Collins [Ice Pickin’] (1978)

[내가 사랑하는 앨범들] #8 The Beatles [Rubber Soul] (1965)

[내가 사랑하는 앨범들] #9 B.B. King [Live In Africa] (1974) 

[내가 사랑하는 앨범들] #10 RATM - Rage Against the Machine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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