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으로 돌아간 네오 펑크 영웅
9번 트랙 ‘too dumb to die’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레이먼즈(Ramones)의 광팬인 빌리 조 암스트롱이 레이먼즈의 84년작 ‘Too Tough to Die’를 비튼 제목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벌써 열 두 장째. 2012년 충격의 트릴로지 앨범을 하나로 본다면 신작은 그린 데이의 통산 열 번째 정규 앨범이다. 약물 중독 치료 후 빌리의 컨디션이 반영된 덕인지 앨범은 꽤 단단하고 야무지다. 영국 <가디언>지의 지적처럼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그들의 의지가 이번 앨범 곳곳에서 들리는 것이다.
‘미국 전역에 만연한 폭력’이라는 앨범의 주제는 얼추 ‘American Idiot’을 따르고 있지만 곡 구성이나 악기 톤(tone), 멜로디는 90년대 마스터피스 ‘Dookie’와 ‘Nimrod’를 짜릿하게 뒤섞은 모양새다. 소셜 미디어로 인한 현대인(또는 미국인)의 자아도취를 일갈한 터프 싱글 ‘bang bang’과 모든 면에서 과거를 향해 있는 타이틀 곡 ‘revolution radio’가 첫 단추를 훌륭하게 채우고 나면 이번 앨범 최고 곡인 ‘bouncing off the wall’과 “나 아직 살아있다”는 빌리의 자아 선언 ‘still breathing’이 중추를 책임진다. 이 두 곡의 코드웍 멜로디는 주목할 만한 것으로, 싱글 컷 되지 않은 히트곡으로서 앞으로도 밴드의 공연이나 팬들의 자체 리스트 사이에서 자주 연주되고 플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펑크 뮤지컬을 들려준 ‘American Idiot’ 작법 습관은 ‘펑크 록커’인 빌리 자신을 노래한 ‘forever now’에서 한 번 더 발휘되고, 노라 존스와 함께 에벌리 브라더스를 추억했던 ‘소년’ 빌리는 마지막 ‘ordinary world’(이는 빌리가 생애 처음 주연을 맡은 리 커크 감독의 코미디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에서 재연된다. 1990년 공식 데뷔 이래 단 한 번도 빌리 곁을 떠난 적 없는 마이크 던트의 쇠심줄 같은 베이스, 비교적 덜 평가된 92년작 ‘Kerplunk’부터 합류해 여기까지 온 트레 쿨의 빠르고 후련한 드러밍은 앞으로 10년도 끄떡없을 듯 듣는 사람에게 강한 신뢰, 그리고 확신을 준다.
실험은 끝났다. 그린 데이는 다시 옛 열정을 되새겨 달리고 내지른다. 때론 빠르고(‘bang bang’) 때론 심각(‘troubled times’)하다. 허스커 두와 레이몬즈를 잇는 네오 펑크의 최강자로, 지난 세기말과 세기 초에 걸친 최고의 록 아이콘으로서 이제 이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거대한 무엇이 되었다. 참고로 헤비메탈 잡지 <케랑!>은 'Revolution Radio'에 별 다섯 만점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