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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Nov 10. 2016

Lady GaGa - Joanne

레이디 가가의 음악적 분수령


여성 팝 아티스트 중 레이디 가가는 마돈나 이후 가장 강렬한 문화 현상이었다. 단순히 대중음악계에서 뿐 아니라 그는 동성애자들을 지지하거나 도널드 트럼프의 아내 멜라니아를 비판하는 등 소신 있는 정치 사회 발언도 주저 않는 ‘우먼파워’의 전형으로 군림해왔다. 음악은 그런 그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가장 타당한 수단이요 목적이었다. 데이빗 보위와 앤디 워홀의 파격에 스탠리 큐브릭의 상상력을 더하려 한 이 토탈 아티스트의 음반과 공연은 2008년 데뷔 이후 누구도 넘보기 힘든 업계의 철옹성으로 남았다. 가가는 프레디 머큐리처럼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었고 패션과 예술을 넘나들며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 다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 ‘Joanne’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가가의 그 자유로운 언행과 예술적 표현이 ‘콘셉트’였을 뿐이라며 실망 아닌 실망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펑크(funk)와 댄스 팝록, 일렉트로닉과 컨트리 포크의 조합으로 방향을 잡은 이번 시도가 노장 크루너 토니 베넷과 듀엣 앨범 ‘Cheek to Cheek’에는 관심도 없던 기존 팬들 즉, 인펙티드 머쉬룸과 윌 아이 엠이 거든 전작 ‘Artpop’의 화려한 하우스 팝에 환호한 사람들에겐 심심하고 지루한 음악적 외도쯤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건 좀 부당해 보이는 것이 애초에 레이디 가가는 어떤 한 스타일에 얽매인 적도 얽매일 이유도, 또 얽매일 의지도 없는 뮤지션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노래하고 춤추는 엔터테이너이기 전에 엄연한 작곡가였고, 온갖 기이한 코디로 세상의 유행을 뒤흔든 탁월한 패셔니스타였다. 음악도 마찬가지여서 가가는 휘트니 휴스턴과 블랙 사바스와 저스티스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전천후 송라이터이다. 결국 자신이 만든 이미지에 스스로 발목이 잡힌 이 상황은 작곡을 넘어 '예술'을 하겠다는 레이디 가가의 욕심, 그것이 가져온 반쪽 자충수라 봐야하겠다.


그리고 들어보면 알겠지만 이번 신보에는 음악 스타일(장르)보다 보컬리스트로서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가가의 노력에 더 어울리는 결과물이 담겨 있다. 그의 노래 실력이야 이미 ‘Cheek to Cheek’에서 정점을 찍으며 증명되었음에도 그것은 스윙 재즈 보컬이라는 극단의 장르에 머문 것이라 아무래도 전자음을 곁들인 다이내믹 그루브에 익숙한 팬들 정서에는 그다지 어필하지 못했던 듯 하다. 그 어필을 가가는 이번 앨범을 통해 해보려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글쓴이는 생각하는 것이다. 또 이번 작품은 기본적으로 우울한 정서를 담고 있다. 가가는 여성으로 살아오며 느낀 말 못한 이면들, 이를테면 욕망과 좌절, 비탄과 향수(nostalgia)를 자신의 뿌리인 가족으로부터 천천히 사유해나간다. 그의 말을 빌면 이것은 ‘just dance’나 ‘bad romance’보다는 ‘dope’ 같은 곡의 성격에 더 가까운 것이다. 테임 임팔라의 케빈 파커와 스타 DJ 겸 프로듀서 마크 론슨이 손을 댄 리드 싱글 ‘perfect illusion’, 이번 앨범에 컨트리 냄새를 가장 진하게 남긴 ‘million reasons’, 조쉬 옴므의 기타 연주를 들을 수 있는 ‘John Wayne’, 인상적인 코러스 멜로디를 머금은 ‘come to mama’가 가가의 그 차분한 인생 회고를 하나 둘 들려준다. 이렇듯 레이디 가가 5집은 듣는 사람들의 반응보다 만든 사람의 고민과 만족에 더 무게 추를 두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Joanne’은 레이디 가가 음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The Fame’부터 ‘Artpop’까지가 일렉트로 팝에 기반한 레이디 가가의 1막이라면 ‘Cheek to Cheek’을 거쳐 ‘Joanne’부터 시작된 레이디 가가의 2막은 좀 더 어른스럽고 철이든 음악으로 진화해 나가리라 본다. 이는 경력이 쌓인 뮤지션들의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그것이 레이디 가가의 행보라면 주목할 만한 변신이 된다. 가가는 지금 뮤지션으로서, 또 걸출한 보컬리스트로서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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