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im Burton
‘Here With Me’는 라스베가스 출신 록 밴드 킬러스가 2012년 발매한 네 번째 앨범 [Battle Born]에 수록된 곡으로 밴드의 프론트맨 브랜든 플라워스와 트래비스의 프랜 힐리가 공동 작곡해 화제가 되었었다. 하지만 혼(horn)과 스트링을 녹인 괜찮은 록 발라드였음에도 불구, 곡은 빌보드 싱글 차트에는 아예 명함도 못 내밀었고 그나마 캐나다 싱글 차트에서 88위에 오르는 데 그치고 만다.
바로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판타지 거장 팀 버튼이 연출했다. 무언가에 홀린듯 창백한 낯빛을 한 청년. 위기에 처한 환상의 마네킹과 유명인 삶을 사는 현실의 그녀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그것은 팔을 잃은 피아니스트가 살인자의 팔을 이식 받아 살인 충동을 느끼게 된다는 모리스 르나르의 원작을 각색한 카를 프로인트의 35년작 <매드 러브(Mad Love)>에 영감 받은 것이다. 이 영화는 독일 표현주의의 시발점으로 평가 받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1919)을 연출한 로베르크 비네 감독의 24년작 <오라크 박사의 손>을 리메이크 한 작품이기도 하다.
크게 히트 하진 못했지만 충분히 다시 들어볼 가치가 있는 킬러스의 애절한 음악은 넋 나간 청년 연기를 무난히 해낸 당시 22세 배우 크랙 로버츠와 <가위손>을 통해 팀 버튼 왕국에 발을 담근 위노나 라이더의 호흡 아래 완전히 새 생명을 얻는다. 참고로 버튼은 영국 잉글랜드 북서부 휴양지 블랙풀(이곳은 당시 킬러스의 영국 아레나 투어 중 쉼터이기도 했다)의 ‘마담 튀소 밀랍 인형 박물관’에 전시된 위노나 라이더의 밀랍 인형을 보고 실제 위노나를 섭외했다고 한다.
자극적이지 않은 클로즈업과 디졸브, 설정쇼트와 특수효과로 천천히 긴장을 만들어가던 영상은 양초가 된 남녀 주인공이 서로의 정수리에 불을 붙이는 마지막 시퀀스에서 비로소 절정을 맞는다. 아름답지만 잔혹한 팀 버튼 스타일이 킬러스와 트래비스의 흔적을 지워버리는 순간이다.